[동아광장/김용하]‘노후 소득’ 국민연금, 함부로 공공투자에 손대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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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총선공약 내건 공공임대 투자,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잘못하면 신뢰 손상… 초고령사회 버팀목 뿌리째 흔들릴 우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국민연금의 공공투자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한 공공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연금 기금으로 매년 10조 원씩 10년 동안 국민안심채권을 매입하고 이를 통해 공공임대주택과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야정 정책협의에 나서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의원은 이와 관련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를 당론으로 추진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이 공공임대주택의 건립과 운영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민주당은 국민연금기금으로 공공임대주택과 국공립 어린이집에 투자하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인구구조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은 공공투자된 자금에 대한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고 설사 출산율이 높아진다 해도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2016년 4월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526조5000억 원이고, 2015년 기금운용 수익률은 4.6%를 보이고 있는 등 저금리 국면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52.6%인 277조 원을 국내 국공채에 이미 투자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과 달리 더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대로라면 정부가 발행하는 국민안심채권을 매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국민연금이 국공채 투자 비중을 낮추고는 있지만 절대 규모 자체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안정적 투자를 위한 방편으로 일정 규모의 국공채 투자는 향후에도 계속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익률에 차이가 없다면 국공채 투자 상품의 하나로 국민안심채권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민주당의 국민연금 공공투자 방안이 심한 반대에 부닥치는 이유는 국민연금 공공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다. 더민주당에서 부족한 공공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민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하지만, 시급한 공공투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국공채를 발행한다 하더라도 이를 국민연금만이 인수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국내 자금시장을 살펴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서 국공채를 대량으로 매입하여 보유하고 있다 보니 안정적 투자 상품이 필요한 여타 펀드들은 투자 대상인 국공채가 오히려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으로 투자하느냐는 다음의 문제이고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특정 부문에 공공투자의 필요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투자를 해야 하는지, 공공투자를 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건립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주택 보급률이 100%가 이미 넘고 인구가 감소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추가로 건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 정부에서 민간투자를 동원해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강한 임대주택의 건립 자체에 이견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재원 조달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민간 보육시설을 포함한 보육시설의 수급도 지역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이미 과잉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보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공립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저출산 등 국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과 함께 국회 차원에서의 협의가 무엇보다도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 절차나 과정을 생략하고 국민연금 투입 여부만을 가지고 먼저 갑론을박하는 것은 그나마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함이 요구된다. 국민연금 투자는 비록 그것이 공익적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목적의 실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의 안정적 노후 소득 보장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공공투자도 국민연금 고유의 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국민연금#공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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