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금품수수 몰랐으면 처벌제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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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김영란법 해설집 내놔

공직자나 사립학교 교원 등이 1만 원짜리 식사를 대접받더라도 경우에 따라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9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을 두고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영란법 해설집’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김영란법 시행의 최종 관문인 위헌 여부는 이르면 28일 헌법재판소 정기 선고일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상한액을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설집에 따르면 인허가 신청 민원인이나 조사 대상자에게는 상한액 이하의 선물도 받아선 안 된다. 담임교사가 성적 등과 관련해 학부모에게서 상한액 이하의 촌지나 선물을 받는 것도 금지된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만큼 형사처벌 대상이자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설집엔 “(상한액 이하 선물, 식사 등이)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돼 있어 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면 어떻게 될까. 권익위는 해설집에서 이 경우 외국인도 법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해설집에는 공직자인 공립초등학교 교장이 원어민 기간제 교사로부터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만 원짜리 양주를 선물로 받은 경우가 사례로 제시됐다. 이 경우 교장과 외국인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공공기관의 재화 및 용역 거래가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나 이뤄진 경우도 부정청탁으로 분류됐다. 국립대병원에 입원하고자 병원 원무과장에게 부탁한 뒤 대기 순서를 바꿔 먼저 입원한 경우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된 ‘배우자의 금품 수수 행위에 대한 공직자 등의 신고 의무’와 관련해서는 공직자가 금품 수수 사실을 몰랐을 경우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이다.

한편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날 5시간에 이르는 장시간의 논의 끝에 김영란법 시행령에 담긴 ‘3-5-10 규정’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리고 원안대로 승인했다. 다만 2018년 말까지 ‘3-5-10 규정’ 집행 성과를 분석해 타당성을 재검토하라고 권익위에 권고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금품수수#배우자#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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