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공화당 트럼프 후보 확정, 한반도 정책 변화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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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21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글로벌리즘(세계주의) 아닌 미국 우선의 아메리카니즘’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를 겨냥해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했다”며 자유무역 반대를 분명히 했다.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외교 안보 정책은 전통적인 개입주의에서 신고립주의로 선회하고, 경제에선 보호주의가 크게 강화될 것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군 주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북한은 점점 더 미쳐가고 있고,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동맹국 방어와 관련된 비용을 보상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할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시켰던 과거 발언의 연장선이다. 미 공화당이 18일 채택한 대선 정강에서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로 규정한 것과 함께 한반도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자동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유럽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돌아갈 경우 러시아와 중국만 공격적 팽창주의를 지속할 것이고, 세계 교역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와 평화 번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가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가능성이 76%라고 예측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초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 현상’이 본선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미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의 대외 정책에 투영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안으로 대두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미국과 한미동맹을 재조정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2000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을 때 김대중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가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편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충돌했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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