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에도 더 달라니… 울산 경기 다 죽게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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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현대重 공동파업 이틀째… 주민들은 냉담

현대차-현대重 23년 만에 공동파업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1993년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공동투쟁 이후 23년 만에 연대파업을 선언하며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민노총 울산본부 총파업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경찰
 추산 60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현 
정권과 싸우겠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울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현대차-현대重 23년 만에 공동파업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1993년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 공동투쟁 이후 23년 만에 연대파업을 선언하며 20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민노총 울산본부 총파업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경찰 추산 60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현 정권과 싸우겠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울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그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왜 매년 이 난린지 도저히 모르겠심더.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타는 손님들마다 요새 다 현차(현대자동차) 사람들 욕하기 바쁩니더.”
○ 지역 주민들은 전전긍긍

20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모 씨는 신정동 울산시민공원까지 가는 동안 현대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파업에 대한 지역 분위기를 묻자 그는 “공장에서 한 15∼20년 일하면 이것저것 합쳐 연 수입이 1억 원 넘어가는 걸로 아는데 그것도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23년 만에 공동 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20일, 이를 지켜보는 울산지역 상인과 시민들은 냉가슴을 앓는 표정이었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두 거대 기업이 파업으로 몸살을 앓자 울산 전체의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남구 삼산동의 한 일식주점 주인은 “그래도 여기는 공장이랑 좀 떨어진 번화가라 여파가 덜하지만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여기도 밤에 인적이 줄고 매출도 20∼30%씩 떨어진다”며 “예전에는 현대차 덕분에 먹고산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지역의 ‘효자’였는데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민노총 총파업이 예고된 이날, 신정동의 한 곰탕집은 점심시간이 되자 ‘총파업 투쟁’ ‘단결’ 등의 문구가 박힌 붉은 조끼를 입고 모자를 쓴 손님들로 북적였다. 파업에 참가하기 전에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인근 식당들도 파업 참가자들이 몰려 ‘반짝 특수’를 누렸다. 오후 1시 반쯤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식당 주인은 “저들은 손님인데도 전혀 반갑지가 않다”며 “매년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파업을 부추기는 탓에 울산 경기가 다 죽는다”고 혀를 찼다.
○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 강행하는 노조

오후 2시 태화강 둔치 울산시민공원에서는 민노총 울산본부가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조 각각 1000여 명, 금속노조 울산지부 플랜트건설노조 3000여 명, 기타 1000여 명 등 총 60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단에 오른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는 중공업 노조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정규직을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는 분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는 노동 이슈와 무관한 “사드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3시 반경 집회장에서 1.5km 떨어진 울산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이날 현대차 노조가 25일 노조 창립 29주년 행사를 열고 여행상품권 경품 추첨, 유명 가수 초청공연 등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러자 부품협력업체들 사이에선 “하청업체와 지역 경제는 파탄 나는데 자기들은 축제를 연다는 게 기가 막힌다”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7일에 이어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두 번째 파업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연대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점심시간에 집행부 주축으로 구조조정 반대집회를 열었다. 경남 통영에서는 성동조선해양 노조와 민노총 금속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 결의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은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STX조선해양이 경영난으로 일찍 여름휴가를 시작하면서 조선업계 연대 파업은 동력이 약화됐다. 또 노조 소속이 아닌 협력사 근로자 비율이 높은 조선소의 특성상 이날 파업으로 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전국 31개 사업장에서 총 4만64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조합원 투표 없이 집행부만 모여 총파업 참여 방침을 결정한 기아자동차 노조에 대해 고용부는 “목적과 절차가 모두 법에 위배된다”며 “엄정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이은택 nabi@donga.com / 정민지 기자
#현대차#현대중공업#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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