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강]중국 파고, 어떻게 넘을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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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결정 계기로 중국 힘자랑 심해질 것
한국 강해져야 對中 협력 기회 많아져
초국가적 안보 문제에 원칙과 규범으로 대응할 때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남중국해 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면 중국이 우리의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지를 의심케 한다. 중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 이야기가 매일 나오고 있다. 남중국해 관련 중재재판소의 결정은 휴지조각이라며 무력시위로 나오고 있는 중국이 하루아침에 생각과 입장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국교 수립 이후 지난 20여 년간 보아 왔던 중국의 모습은 허상이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중국의 진짜 모습이며 앞으로 이런 중국의 힘자랑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이런 중국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중국이 보여준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 스스로 주장하는 평화공존 5원칙과 달리 중국은 국제규범, 관례, 그리고 절차가 아닌 물리적 힘을 숭상한다. 상대방의 취약한 곳을 찾아 집중공략해서 취할 것은 취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약한 국가에는 강하게, 강한 국가에는 약하게 대응해 왔다.

이런 중국을 상대하는 답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중국의 쉽고 약한 상대가 아닌 강한 상대가 되어, 중국의 도전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의 강한 상대가 된다고 해서 한중 관계가 파탄 나거나 대결과 갈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강해질수록 협의와 협력, 자제와 조율의 기회가 많아진다. 강한 상대는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이 중국의 강한 상대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중국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늘 파동을 겪어본 우리는 아직도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마늘 파동 때와 지금의 한중 관계는 다르다. 한국이 중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중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 비대칭적이기는 하지만 한중 간 무역의 상호의존도도 높아졌다.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과거와 같은 무역 보복을 하기 쉽지 않다. 중국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제재 이야기에도 무역 보복은 없다. 물론 중국은 무역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한국을 압박할 것이나,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중국을 대할 때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여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 역할론’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 역할을 강조할수록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을 키워주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은 이를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중국 역할론’이 아닌 ‘중국 책임론’을 생각해야 한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해야 할 바를 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기보다는 안보와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당당히, 그리고 적시에 하면서 중국이 우리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지를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 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강화하고 확대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중량감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그간 중국 눈치를 보면서 지역 안보문제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규범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원칙을 갖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 우리와 직접 연관되지 않는 문제라고 회피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또 양자 차원에서 주요 안보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역 국가들의 능력 배양(capacity building)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우리의 국력에 맞게 환경, 보건, 마약, 인신매매, 재해재난과 같은 초국가적 인간 안보문제에 관한 다자협력에 참여와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지역 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국의 역할 확대는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강화한다. 대미 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 강화는 중국이 한국을 대함에 있어서 압박보다는 협력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판결을 계기로 새로운 대중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 새 외교전략은 두려움이 아닌 당당함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지역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 참여와 기여 확대를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이를 통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고양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여 중국을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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