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저런 애랑 놀지마!”… 엄마는 왜 그럴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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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구경/안선모 지음·강경수 그림/96쪽·9000원·청어람주니어

시우가 새 학교에 전학 왔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짓궂은 친구 유민이 때문에 속이 상했지요. 시우 이름을 가지고 자꾸만 놀리거든요. 집에 가서 엄마에게 이름 바꾸어 달라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유민이는 악의 없는 개구쟁이일 뿐입니다. 결국 시우와 유민이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유민이를 계속 주시하고 있네요. 특히 선생님이 그렇습니다. “둘이 왜 같이 있어? 둘이 떨어져!” 이렇게요.

그러다 큰일이 생겼습니다. 유민이가 ‘장풍을 쏘는 척’하는 것에, 시우가 ‘장풍을 맞은 척’하다가 우당탕 넘어지고, 얼굴에 큰 멍이 들었습니다. 시우 엄마와 유민이 엄마가 신경전을 벌입니다. 처음엔 문자로, 그 다음엔 전화로. 그런데 이분들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은 안 하네요. 싸움은 커지기만 하고, 서로 “저런 애랑 놀지 말라”고 하는데, 시우와 유민이는 서로 ‘저런 애’가 단짝이니 큰 고민입니다. 이제 둘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른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뿐입니다.

팍팍한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마음과 비교되면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우습고 씁쓸합니다. 호들갑스러운 부모 세대에 비해 할아버지 할머니의 여유 있고 진중한 태도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아이의 캐릭터가 잘 살아난 덕분에 이야기가 힘 있게 진행됩니다. 다 읽고 나면 유민이의 “이보시우, 어디 가시우?” 하는 말버릇이 귀에 쟁쟁 유쾌합니다. 처음 시우가 몹시도 싫어했던 그 말투입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 사투리였네요. 유민이 식으로 말해 볼까요?

“이 책 재미 있시우. 한 번 읽어 보시우.”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싸움 구경#안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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