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MOVIE]“그냥 딱 좀비영화” vs “묵직한 메시지로 차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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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여름대전 ① 부산행

폐쇄된 열차 안. 좀비의 공격은 인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극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인간으로 남고 누군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다. NEW 제공
폐쇄된 열차 안. 좀비의 공격은 인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극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인간으로 남고 누군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다. NEW 제공
《 500억 원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계 ‘7말 8초 대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개봉하는 여름 대작 경쟁은 한국 영화시장의 용광로나 다름없다. 올해는 2014년 ‘명량’ ‘해적’ ‘군도’ ‘해무’ 이후 또 한 번 국내 4대 배급사가 총출동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부산행’(NEW)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27일·CJ E&M), ‘터널’(8월 10일·쇼박스), ‘덕혜옹주’(8월 10일·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잇따른다. 2년 전 4편의 총제작비(약 400억 원)보다 100억 원이 더 뛰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부산행’. 연상호 감독에 공유 정유미 마동석이 주연을 맡았다. 칸 국제영화제의 호평을 등에 업고 재난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 동아일보 영화담당기자 2명이 ‘쌈 무비’를 통해 조목조목 따져봤다. 》

▽장선희=일단 딱 까놓고 영화 홍보에서 ‘감염자’란 표현은 그만 썼으면. ‘B급 덕후’ 취향으로 보이는 게 싫은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그게 더 어색한걸. 그냥 딱 ‘좀비 영화’야.

▽이지훈=좀비로 한정 짓기엔 플러스알파가 있던데. ‘한국인을 울리는 감동’을 지녔잖아. 좀비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진 절체절명 순간에 좁아터진 KTX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 막판엔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도 붉어져….

▽장=눈물 남발 아니냐. 커피 광고 같은 공유의 회상 장면을 보고서? 좀 닭살이….

▽이=선배, 삶에 너무 치여 사셨네. 아빠와 딸의 마음이 짠하잖아. 또 극한에 처한 인간의 이기주의도 울컥하던걸.

▽장=가족에 소홀한 아빠와 사랑에 목마른 딸. 평생 동생한테 희생한 할머니, 임신부 아내를 지키는 남편. 결국은 가족애였어. 기어코 대중성을 확보하겠단 감독 의지가 읽히더라. 다만 좀 상투적이라는.

▽이=그게 강점이지. 가족끼리 손잡고 극장 갈 수 있잖아. 좀비영화라도 잔인하지 않은 ‘15세 관람가’인 점도 미덕이지.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연 감독 특유의 비판의식을 잘 살린 점도 굿.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는 진짜 ‘엄지 척’이었거든.

▽장=글쎄, 솔직히 촌스럽지 않았나. 주인공 직업이 ‘개미 등치는’ 펀드매니저에, “아무 일 없다” 거짓말하는 정부, 불만족스러운 언론 보도까지. 너무 전형적이야. 대놓고 주제를 강요해.

▽이=그게 없다면 마냥 가벼워졌을 거야. 올해 칸에서 호평받은 것도 여느 좀비영화와 다른 묵직한 메시지가 한몫했겠지.

▽장=에이, 진짜 묵직한 건 마동석. 존재감 최고! 요새 한국 영화는 이 배우 없으면 어찌 만드나. 다만, 뭔 좀비들이 마동석 하나를 못 당해?

▽이=나머지도 고생 많았는데. 공유 정유미 안소희는 살짝 아쉬웠어. 특히 공유. 내 마음속 ‘커피프린스’가 아빠라니 몰입이 그다지…. 사실상 주연은 좀비 떼였어.

▽장=감독이 의도한 거래. 연 감독은 ‘전체적 완성도가 중요하지. 굳이 어떤 역할이 튀어야 하나. 주요 캐릭터 다 살리려면 옴니버스로 가야 했을 것’이라 말하던데. 진짜 주인공은 누구누구가 아니라 ‘좀비가 탄 열차’라고.

▽이=세트가 장난 아니던데. 장소 섭외와 컴퓨터그래픽(CG) 작업만도 예산이 20억 원 넘게 오버했대. 돈 허투루 썼단 느낌은 없었어. 진짜 달리는 KTX 안인 줄.

▽장=
운행 열차를 통째로 빌릴 수야 없었겠지. 행신역 삽교역 같은 작은 역이나 부산 철도차량기지에서 주로 찍었대. 열차 내부는 세트장에 CG 입힌 거고.

▽이=기차가 주 무대라 그런가. ‘설국열차’(2013년)가 떠오르기도. “터널 끝나면 들어간다.” 이 대사는 오마주야 패러디야.

▽장=‘설국열차’랑은 다르지. 부산행엔 커티스(크리스 에번스) 같은 ‘구원자’가 없잖아. 그냥 어쩌다가 열차에 오른 소시민들이 알아서 살아남는 거니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이=흥행은 어떨까. 이번 여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낙점!

▽장=다른 영화도 봐야지. 중장년층까지 끌어모으기엔 소재가 좀…. 관건은 ‘괴물’(2006년)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달렸겠지. 좀비한테 한강 괴물은 ‘넘사벽’ 아닐까.

▽이=뭐든지 떼로 덤비면 다 이겨.

 
▼한 줄 평과 별점▼

장선희 기자 설국열차+월드워Z+괴물. 하지만 새롭다.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좀비 비주얼 앞에서도 결코 죽지 않는 메시지. ★★★★☆

정양환 기자 [좀] 좀만 지나가게 [비] 비키도, 이것들아.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부산행#좀비#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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