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농업이 첨단 산업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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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텃밭 같은 도시농업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농업에서도 생산량 증대를 위해 첨단 농업기술 적용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옥상 텃밭 같은 도시농업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농업에서도 생산량 증대를 위해 첨단 농업기술 적용이 중요하다. 동아일보DB
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대지가 뜨거운 바람으로 가득하다. 드넓은 밭에 빼곡한 옥수숫대는 온통 시들어 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심각한 식량난이 닥친다. 인류는 이주할 행성을 찾아 우주선을 보낸다.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의 내용이다.

다른 영화에서도 미래를 식량 문제가 심각한 디스토피아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 ‘설국열차’에서는 인류의 ‘노아의 방주’인 열차 안에서 먹을 것을 서로 차지하려는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기차 뒤쪽 칸의 하층민들은 주식인 단백질 바가 바퀴벌레로 만들어진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앞 칸 귀족들은 열차 안에서 수경재배로 키운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풍요로움을 누린다. 식량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고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임을 이 영화는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보야, (미래의) 문제는 먹을거리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현실에서도 식량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들린다.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이 내놓은 세계 식량 위기에 관한 보고서는 2050년에 식량 생산규모를 2000년 대비 60% 이상 늘리지 못하면 식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인구보고서’는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50년 100억 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번역 출간된 ‘빵과 벽돌’은 식량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책은 인류가 20세기 이전까지 이어온 자급자족을 먹을거리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또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자급자족을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50년에 이르면 세계 인구의 75%, 120억 명 중 90억 명이 도시에 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도시 농업의 모범 사례를 제시한다.

독일 베를린 템펠호프 구(區)의 거대한 예전 맥주 양조장 지붕 위에는 2020년에 축구장 크기만 한 7000m²짜리 온실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 온실에서는 토마토, 상추, 고추 등이 암면(암석 섬유)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게 된다. 건물 내부는 대형 물고기 양식장으로 꾸민다. 과거 맥주를 발효시키던 대형 통에서는 물고기들이 파리 등 먹이를 먹고 자란다. 매년 채소 200t과 생선 80t을 생산할 계획이다.

식량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눈길을 끄는 뉴스들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청이 합동 발표한 ‘2015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歸農) 귀어(歸漁) 인구는 전년보다 각각 11.2%(1201가구), 8.1%(74가구) 증가했다. 특히 귀농 가구주 중 30%는 30, 40대 젊은층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젊은 농부’를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우리 농업에 희망적인 메시지다.

그동안 잠잠하던 새만금에서도 소식이 들려왔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LG CNS가 해외투자자와 함께 3800억 원을 투자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76ha)에 이르는 ‘스마트팜’을 이곳에 세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팜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미래형 농장을 말한다. LG CNS는 스마트팜 연구개발(R&D)센터와 재배시설, 가공 및 유통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투자 유치나 개발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새만금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올 초에는 LG화학이 국내 최대 농자재 업체인 동부팜한농을 인수했다. 이 인수로 LG화학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후변화로 농사지을 땅이 줄어듦에 따라 생산량을 늘리는 데 첨단 농어업 기술이 더 중요해졌다. 베를린의 옛 양조장 사례처럼 도시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첨단 기술이다. 농기구와 비료 등의 개발로 인류의 농업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첨단 기술이 생산량을 늘려줄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농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 산업이다. 21세기 농업은 1차 산업에서 가공, 체험관광 등 2, 3차 산업과 융복합 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6차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시농부가 나오고, 농업 벤처가 나와야 한다. 여기에는 관련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첨단 농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대기업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 새만금에서는 대기업의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과 농민 사이의 충분한 협의와 교감이 절실한 때이다.

민병선 소비자경제부 차장 bluedot@donga.com
#농업#첨단 산업#식량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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