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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가천대 총장 “거센 바람 불어와도 바람개비처럼 당당하게 맞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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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가천대 총장 “거센 바람 불어와도 바람개비처럼 당당하게 맞서길”

조건희기자 입력 2016-07-07 03:00수정 2016-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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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보내는 조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8월 완공될 제2기숙사와 캠퍼스, 지하철역을 오가는 교내 순환 딱정벌레 버스 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총장은 강의를 듣기 위해 언덕으로 오르내리는 학생을 위해 직접 딱정벌레 버스 도입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월 두 번째 기숙사 완공을 앞둔 가천대는 곧장 세 번째 기숙사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편안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 가천관에서 만난 이 총장은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이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의대 입시 4위라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이 의과대로 전환된 뒤 지난번 입시에서 입학 성적이 전국 4위에 올랐다. 비결이 궁금하다.

“6년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 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좋게 평가해 준 덕분이지만, 거기엔 길병원이 두 차례 연속으로 ‘톱 3’ 연구 중심 병원에 들 정도로 질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2만4000m² 규모의 의대 건물도 내년 7월 완공된다. 가천대는 의대뿐 아니라 인문대, 사회과학대, 공과대 등 모든 분야에서 커리큘럼과 신입생 성적 등이 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기존 600실보다 큰 700실 규모의 기숙사를 짓고 세 번째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는 등 학생 복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가천대 학생도 초중고교 시절부터 공부에 매달려 대학에 왔는데 취업이 어려우니 몸과 마음이 정말 지쳐 있다. 그래서 가천대는 학생 2만여 명 전원에게 가천대 길병원에서 무료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도교수가 학생 5∼10명씩 졸업까지 책임지는 멘토링 시스템과 ‘인성 세미나’를 만든 것도 ‘인성을 겸한 지성인’을 키우자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더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내 학내에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가 체계적인 상담을 해 주고 있다.”

―모든 국민이 그렇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이 총장은 가천대 길병원 이사장이다).

“사실 한국처럼 건강보험 제도가 잘 마련된 나라는 없다. 미국에선 의사가 종합검진 비용을 지불할 엄두를 못 내 건강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십이지장암을 발견해 고생하는 사례도 봤다. 고(故) 리콴유(李光燿) 전 싱가포르 총리가 영국 방문 중 뇌중풍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며칠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듣고 본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일반인도 훨씬 적은 돈으로 더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계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의료기관의 역할인 것 같다.

“1970년대에 낙후된 섬 지역에서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안타깝게 숨지는 환자를 수없이 봤다. ‘병원선(船)을 운영해서라도 살리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당시엔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14년 전, 정부가 ‘권역응급의료기관’ 운영을 제의해 왔다. 경영 면에서는 손해였지만 숙원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 최초로 ‘닥터헬기’를 도입하고, 응급센터가 학대 아동과 자살 위험자까지 가려내 차별화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전담팀을 꾸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덕에 정부로부터 14년 연속 ‘최우수’ 응급센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길병원엔 ‘죽었다 살아난’, 즉 임사 체험을 했던 환자들의 축구 모임까지 있을 정도다.”

―교육계와 의료계의 원로로서 최근 청년층의 좌절 현상을 어떻게 보나.

“청년들이 힘든 것, 노력해도 안 돼 좌절하는 것, 급기야 분노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참 안타깝다. 나도 사실 풍족하지는 않았던 중농 출신이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홀대를 받았으니 ‘흙수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네에서 굶어죽는 사람도 여럿 봤다. 사람이 오래 굶으면 몸이 붓다가 숨을 멈추더라. 우리 세대가 요즘 젊은이들보다 더 고생했다는 말은 아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청년 시절 고난을 겪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비슷하다는 말이다. 넘어져라. 실패해라. 그러고 바로 일어나야 한다. 난관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을 거다. 그래도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과학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향후 20년은 종전의 20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를 위해서 실패를 거듭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 바람이 강할수록 더 강하게 도는 바람개비처럼, 고난을 겪은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진다. 답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사흘 밤낮 먹지도 자지도 않을 정도로 그 문제에 몰두해 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이 총장이 인터뷰용 사진 촬영을 마치고 잔디밭 위 돌길을 가로질러 가천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행비서에게 귀엣말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중에 비서에게 무슨 얘기였는지 묻자 “요즘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다니는 학생이 많은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으니 길을 재정비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이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가천대#이길여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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