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물열전] 동영상 스트리밍 제국 넷플릭스의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7월 6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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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90여개국 8100만 명의 시청자가 이용 중인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넷플릭스는 유명한 서비스다.

수 많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가입자 1억 명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타사가 제작한 콘텐츠 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1년에 약 50억 달러(약 5조 7,8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 600시간이 넘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에게 600억 원을 투자 받아 다음 작품인 '옥자'를 촬영 중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1월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콘텐츠가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그만큼 가입자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한국 사용자도 미국 사용자와 대등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올해 가을부터 넷플릭스에서 '태양의 후예' 전편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옥자 외에도 한국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제작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넷플릭스를 창업해서,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시킨 리드 헤이스팅스는 어떤 인물일까. 그의 삶과 철학 그리고 넷플릭스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시킨 비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겸 공동창립자 (사진=IT동아)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겸 공동창립자 (사진=IT동아)

자원봉사를 하던 수학 선생님에서 IT 회사 대표로

리드 헤이스팅스의 본명은 '윌모트 리드 헤이스팅스 주니어(Wilmot Reed Hastings, Jr)'다. 1960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시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 윌모트 헤이스팅스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보든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스와질랜드에서 2년 동안(1983~85)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쳤다. 귀국한 그는 스탠포드 대학교에 진학해 1988년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초 그는 CEO라기 보단 개발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학교를 졸업한 후 리드 헤이스팅스는 어댑티브 테크놀러지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디버깅 도구를 개발했다. 이어 1991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도구(개발툴)를 만드는 퓨어 소프트웨어를 설립했다. 퓨어 소프트웨어는 빠르게 성장했다. 1995년 마침내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크기를 키웠다.

하지만 1997년 퓨어 소프트웨어는 개발 프로세스 관리 도구를 만드는 래셔널 소프트웨어게 인수되고 만다. 래셔널 소프트웨어는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자신만의 회사를 원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새로운 창업을 위해 그가 6년 동안 키운 회사를 떠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참고로 래셔널 소프트웨어도 2003년 IBM에게 인수되고 만다. 리드 헤이스팅스가 계속 퓨어 소프트웨어에 남아 있었다면, 지금쯤이면 아마 IBM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넷플릭스가 태어난 이유: 왜 사용자가 비싼 연체료를 내야하지?

퓨어 소프트웨어를 매각한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한 가지 큰 의문에 사로잡힌다.

"대체 왜 비디오를 빌려 본 후 제때 반납하지 않으면 비싼 연체료를 내야하는 거지?"

비디오대여점에서 영화 '아폴로13'을 빌려본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테이프를 제때 반납하지 않았다고 40달러에 이르는 큰 연체료가 발생하는 것에 경악했다. 집에서 거리가 먼 비디오대여점까지 사용자가 직접 갔다와야 하는 것도 억울한데, 조금 늦었다고 연체료까지 내야하다니 매우 불합리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불합리하지만 굳어진 관행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았다.

거실에 앉아서 명령 한 번만 내리면 원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즉시 볼 수 있고, 본 콘텐츠를 즉시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 1990년대 초에 떠올린 아이디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것을 넘어 공상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과 컴퓨터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이 무르익으면 충분히 모든 사용자가 거실에서 원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즉시 감상하고 바로 반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1997년 퓨어 소프트웨어에서 함께 일한 동료인 마크 랜돌프와 함께 실리콘밸리 남쪽 캘리포니아주 로스가토스시에서 새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의 이름은 인터넷을 뜻하는 '넷'과 영화 주문을 뜻하는 '플릭스'를 합쳐 넷플릭스라고 지었다. 이름 그대로 인터넷에서 영화를 주문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잘 몰랐다. 그냥 막연히 인터넷을 통해 무엇인가를 판매하는 회사라고만 생각했다. 넷플릭스의 아이디어는 모두 리드 헤이스팅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와 감상이 모두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길 원했지만, 초창기 인터넷의 열악한 환경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현실과 상당히 타협을 해야만 했다. 초기 넷플릭스의 형태는 비디오대여점을 인터넷으로 옮긴 서비스였다. 사용자가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주문하면 해당 콘텐츠가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우편으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이후 반납일이 되면 사용자는 우편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넷플릭스에 반납하면 된다. 비디오테이프를 빌리거나 반납하기 위해 외출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1998년 30명의 직원과 925개의 콘텐츠를 갖추고 비디오테이프 임대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9년에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핵심인 월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마다 일정 금액(초기에는 5달러)을 내고 넷플릭스 회원으로 가입하면 넷플릭스가 보유 중인 콘텐츠를 무제한 임대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번에 하나의 콘텐츠만 임대할 수 있고, 임대한 콘텐츠를 반납하면 다시 새 콘텐츠를 임대할 수 있는 형태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리드 헤이스팅스가 초기에 구상한대로 연체료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회원 가입 도중이라면 한 콘텐츠를 계속 빌리는 것도 가능했다.

이러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늘려나갔고, 마침내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의 오프라인 비디오대여점인 '블록버스터'의 경쟁자로 떠오르게 된다.

2016년 발표된 넷플릭스의 새로운 로고 (사진=넷플릭스)
2016년 발표된 넷플릭스의 새로운 로고 (사진=넷플릭스)

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키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수익성은 생각만큼 좋지 못했다. 사용자에게 받는 개별 요금이 낮은데다가, 콘텐츠의 순환이 빨리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립 이래로 계속 적자 행진이었다. 때문에 2000년에 들어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블록버스터는 오프라인 대여 시스템만 구축하고, 온라인 대여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매각 대금은 5,000만 달러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다. 블록버스터의 전체 규모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는 넷플릭스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후에 이는 야후의 구글 인수 거부와 함께 IT 업계에서 인수를 통해 경쟁자를 제거할 기회를 놓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된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결국 넷플릭스를 독자적으로 성장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IPO를 진행해 성장을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미국 각주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당 센터를 통해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빠르게 임대하고, 유통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사용자가 임대를 신청하면 당일 또는 다음 날이면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를 저장하는 매체가 비디오테이프에서 한 번에 대량 유통이 가능한 DVD로 바뀐 것도 넷플릭스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넷플릭스의 임대용 DVD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임대용 DVD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용자가 임대한 콘텐츠의 장르와 특징을 파악하고 분석한 후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일 결실을 맺어 2003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고, 2005년에는 3만 5,000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매일 1백만 개의 DVD를 유통하는 온라인 콘텐츠 대여 업계의 강자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반면 넷플릭스 인수를 거부한 블록버스터는 지속적으로 그 세가 축소된다. 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임대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 임대하는 방식에 비해 너무 낡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게 대항하기 위해 온라인 대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체료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등의 정책을 펼쳤지만, 넷플릭스로 떠난 사용자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실패하고 만다. 결국 5,500여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점포가 300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이마저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2010년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2013년 마지막 점포를 정리함으로써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고 만다.

진정한 인터넷 서비스로 거듭나

2007년에 들어 넷플릭스는 첫 번째 변화를 꾀했다.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꿈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무료, 광고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기존 동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철저하게 유료,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를 구성했다. 넷플릭스 회원에만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콘텐츠 중간에 보기 싫은 광고같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지상파와 케이블TV에서 내보내는 수 많은 광고에 지친 미국 사용자들은 이러한 넷플릭스의 정책에 열광했다. 가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서비스 제공이 순탄치는 않았다. 많은 콘텐츠 유통사가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때문에 한동안 넷플릭스는 최신 콘텐츠는 DVD로, 한 물간 예전 콘텐츠는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제공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고 넷플릭스가 콘텐츠 유통사에게 지불하는 돈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다양한 최신 콘텐츠를 갖출 수 있었다. 결국 2010년을 기점으로 DVD 못지 않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넷플릭스의 주력 서비스는 DVD 임대가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

넷플릭스는 따로 넷플릭스를 위한 전용 단말기를 제공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IT 기기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PC,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셋톱박스, 비디오게임기 등 인터넷에 연결되는 모든 기기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사실 넷플릭스 전용 단말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범 삼아 출시한 셋톱박스가 크게 망한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 대부분에서 이용할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 대부분에서 이용할 수 있다 (사진=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가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갔다. 2007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2010년 캐나다, 2011년 남미, 2012년 영국 및 북유럽, 2014년 서유럽 순으로 서비스 제공 국가를 늘려나갔다. 이후 2016년 1월에는 중국, 북한, 이라크 등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약 20개가 넘는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후 넷플릭스는 급격히 성장했다. 2002년 기업공개 당시 1억 5,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의 매출은 2007년 12억 500만 달러, 2010년 21억 6,000만 달러, 2013년 43억 7000만 달러에 도달했다. 2015년에는 67억 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3년에 2배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수 많은 가입자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 21세기 폭스, 워너 브라더스 등 쟁쟁한 영화 배급사의 콘텐츠부터 ABC채널의 미드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콘텐츠 제작자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 연말부터는 디즈니(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영화와 드라마도 제공할 예정이다.

기술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HD, 풀HD급 동영상 뿐만 아니라 4K, HDR급 동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UHD TV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러한 고급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데이터 절약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의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정도 수준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유튜브, 아마존프라임과 더불어 넷플릭스 세 군데 뿐이다.

콘텐츠 유통에서 콘텐츠 생산자로

2011년에 들어 넷플릭스는 두 번째 변화를 시도했다. 바로 콘텐츠 유통자에서 벗어나 콘텐츠 생산자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넷플릭스만의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자고 제안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처음에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투자 비용을 너무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테드 사란도스의 강한 의지를 존중해 자체 콘텐츠 제작을 허락했다.

테드 사란도스는 콘텐츠 제작자가 감독에게 개입을 심하게 하는 헐리우드식 제작 방식을 거부했다. '감 놔라 배 놔라'가 심하면 콘텐츠의 품질이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최고 수준의 감독과 제작진들을 믿고 비용을 투자하면 알아서 훌륭한 품질의 콘텐츠가 생산될 것이라고 여겼다. 이리하여 탄생한 것이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다.

2013년 공개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대성공을 거뒀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하우스 오브 카드를 호평했고, 이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사용자들도 생겨났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EMI 어워드를 수상함으로써 그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리드 헤이스팅스와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제작을 더욱 강화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액션, 코미디, 스릴러,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했다. 특히 마블과 계약을 맺고 디펜더스 소속(데어데블, 퍼니셔, 제시카 존스 등) 히어로를 다룬 액션 드라마를 제작한 것이 사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나르코스', '마르코폴로' 등 어지간한 영화 못지않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드라마를 사용자들에게 선보였다.

현재 넷플릭스는 31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30개의 가족용 콘텐츠, 24개의 다큐멘터리 및 코미디를 제작 중이다.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는 봉준호 감독이 촬영 중인 옥자와 배두나가 주연이고 서울이 배경인 미드 '센스8 시즌2'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의 변화를 통해 넷플릭스는 인터넷 동영상 업계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리드 헤이스팅스 본인도 포브스 추산 13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한 신흥 부자로 떠올랐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현재 캘리포이나 산타크루즈 카운티에 거주 중이며, 2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의 직장 문화: 직원이 아니라 스타 플레이어가 되라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지만, 그만큼 혹독한 직장 문화를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를 자유와 책임으로 명명했다.

넷플릭스의 평균 연봉은 25만 달러가 넘는다. 전 직원이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이다. 근무 시간에 대한 제한도 없다. 반드시 자리를 지킬 필요도 없으며, 직원이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휴가를 내면 된다.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기기를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고, 매니저의 허가 같은 것을 받지 않아도 새로운 업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

대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열심히 노력했다 등은 넷플릭스와 리드 헤이스팅스의 관심사가 아니다. A만큼의 노력을 했는데 B만큼의 성과가 나왔다면, 아쉽지만 그 직원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대신 퇴직금은 두둑히 챙겨준다. 넷플릭스는 매년 전 직원의 성과를 평가해 하위성과자 20%를 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B만큼의 노력을 했는데 A만큼의 성과가 나왔다면? 그 직원은 더욱 높은 성과를 낼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더 많은 권한과 혜택을 부여한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프로 스포츠 팀이지 아이들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팀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직웍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인 만큼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한다. 대신 스타 플레이어들은 그 능력만큼 대접받아야 한다"고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철학: 넷플릭스는 이제 시작일 뿐

리드 헤이스팅스(좌)와 찰리 콕스(우, 데어데블 역) (사진=IT동아)
리드 헤이스팅스(좌)와 찰리 콕스(우, 데어데블 역) (사진=IT동아)

리드 헤이스팅스의 철학과 넷플릭스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지난 3월 기자는 로스가토스 넷플릭스 본사에서 그와 만남을 가졌다. 당시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미디어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라디오는 TV로, 이어서 인터넷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느끼고 1997년 넷플릭스를 창업했습니다. 인터넷을 뜻하는 '넷'과 영화 주문을 뜻하는 '플릭스'를 합쳐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넷으로 영화를 주문한다는 뜻이지요."

"처음에는 제 뜻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2007년 미국 시장에 넷플릭스 브랜드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했고, 2달 전 중국(+ 정세가 매우 불안한 국가)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디오가 위성으로, 위성이 케이블로. 50년마다 콘텐츠 전달 방식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대입니다. 넷플릭스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언제나 동일하게 대답합니다.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한 콘텐츠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시 제공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공급할 것입니다. 유럽의 예술 영화, 발리우드(인도)의 영화, 일본의 애니메이션 등 넷플릭스는 이미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콘텐츠가 특정 지역에서 제작된 후 특정 지역에서만 소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는 어느 나라에서 콘텐츠를 만들었든 전 세계 모든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나라별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 세계 많은 사용자가 이러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왜 우리나라에선 미국만큼 콘텐츠를 즐길 수 없지?' 저도 이러한 불만에 대해 잘 알고있습니다. 때문에 저를 비롯해 많은 넷플릭스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콘텐츠의 양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궁극적으론 전 세계 모든 넷플릭스 사용자에게 미국과 대등한 양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입니다."

"콘텐츠를 전 세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재미(Fun)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제공은 한꺼번에 해야 재미있습니다. 충격(Impact)을 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한꺼번에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충격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언어도 점점 늘려나갈 것입니다. 현재 20개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50개의 언어로 확대할 것입니다."

"인터넷 티비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때문에 많은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등장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용자를 만족시켜줄 콘텐츠를 만들 것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 파악한 후 이를 다음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참고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과 환경을 더 편리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대신 웹 서핑, SNS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모두 넷플릭스의 잠재고객입니다.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Q.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가? 콘텐츠 기업인가, 아니면 기술 기업인가?

"콘텐츠 배급사라는 모습과 최첨단 기술 회사라는 모습 두 가지를 반반씩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고자합니다."

Q. 넷플릭스는 아직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중국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 콘텐츠 수급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플랜을 공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군요."

Q.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설국열차 때문입니다. 설국열차를 본 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 감독과 일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내년에 봉 감독과 함께 '옥자'를 제작해서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것입니다."

Q.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말고 다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은 없는가? 예를 들어 뉴스나 스포츠 같은 것 말이다.

"뉴스와 스포츠는 넷플릭스와 저의 관심 분야가 아닙니다. 현재로선 제공할 계획이 없습니다."

Q. 자체 제작 콘텐츠의 비중이 늘고 있다. HBO(미국의 드라마 채널)처럼 자체 제작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려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자체 제작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라이선스 콘텐츠도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라이선스 콘텐츠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Q. 넷플릭스가 기존 인터넷TV 사업자 뿐만 아니라 영화관과도 경쟁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관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은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내 시간에 나만의 장소에서 내가 선택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화, 이것이 넷플릭스의 사용자 경험입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은 화질과 음향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관은 4K(UHD) 화질을 제공하는 곳이 드뭅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UHD TV만 있으면 4K 화질을 누릴 수 있죠. 음향은 영화관이 더 뛰어납니다. 때문에 저도 한 달에 한 번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합니다(웃음)."

Q.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아는데,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도 당신이 만든 것인가?

"2000년 연말까지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도 데이터를 테스트하니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매우 화를 내더군요(웃음). 때문에 다른 수학자를 고용해서 알고리즘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저는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Q. 하나의 아이디를 공유해 여러 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100명이 한 아이디를 공유한다면 그것은 나름 큰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2명 정도가 아이디를 공유하는 것은 허용영역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서비스는 최대 4명까지 동시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용 인원을 초과하면 강제로 로그아웃 시키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Q. 현지 시장에 맞게 나라 별로 서비스 가격을 다르게 할 계획은 없는가? 또,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를 위해 오프라인(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없는가?

"해당 국가의 경제 사정에 맞게 차별화된 가격표는 이미 존재합니다. 멕시코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는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Q. 가상현실(VR) 콘텐츠가 화두다. 넷플릭스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언제쯤 제공할 계획인가?

"넷플릭스는 게임보다 티비와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것입니다. 가상현실 콘텐츠도 아직은 접근할 계획이 없습니다."

Q. 넷플릭스의 향후 발전 전략은?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7,500만 명이 넘습니다(당시 가입자. 현재는 8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전체 인터넷 사용자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서비스 출시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영어 사용자, 국제 신용카드(비자, 마스타카드, 아멕스 등)를 보유한 사용자는 넷플릭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에 해당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접근성을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개선할 것입니다. 영어 외에도 많은 언어를 지원할 것이고, 신용카드 말고 다른 결제 수단도 지원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법 사용자가 줄어듭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넷플릭스 사옥 (사진=IT동아)
넷플릭스 사옥 (사진=IT동아)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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