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굳건히 유지했던 석학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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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평전

자, 솔직해지자. 이 책은 볼 사람만 볼 책이다.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나 존재냐’…. 에리히 프롬(1900∼1980)의 수많은 명저를 좋아한다면 흔쾌히 집어들 터. 허나 누군지 관심 없거나 그의 책을 어릴 적 교양필수서적으로 억지로 읽었다면…. 과감히 지나가시라.

그래도 오해는 풀고 가자. 이 책,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좀 과장하면 프롬 책보다 쉽다. 세계적 석학의 잠언은 아무래도 몽롱해지기 마련. 허나 평전은 소설가인 옮긴이 덕분인지, 꼼꼼하게 추적한 지은이 덕분인지 말끔하고 순탄하게 읽히는 맛을 지녔다.

게다가 프롬은 그의 저작만큼 생애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비관이나 절망에 빠지기 쉬운 시기였다. 20세기 초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히틀러와 세계대전을 목도했고, 냉전시대 핵 위협과 혼탁한 자본주의도 겪었다. 게다가 가정 환경과 독특한 사상 때문에 프롬은 저자가 “감정의 삼각형”이라 불렀던 두 꼭짓점에 우울과 소외를 크게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저작들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던 건 이런 연유였을 개연성이 높다.

허나 프롬은 또 하나의 꼭짓점에 ‘활기’를 지녔기에 중심축을 바로 세웠다. 다소 조증(躁症)의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신중함 따위는 던져버리고 활기찬 존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에너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유지했다. 그의 다양한 학문적 세계관이 결국 ‘사랑’으로 귀결됐던 건 인본주의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았던 활기 때문이 아닐는지.

“인간 실존의 모든 고난에 단 하나의 만족할 만한 대답은 바로 사랑이다.” 이젠 감정이 메말랐단 표현도 진부해졌지만 ‘All you need is love’(비틀스·1967년)를 어찌 부정하겠나.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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