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 위스키 잭 다니엘스, 제조비법은 흑인노예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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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관계자, NYT에 공개… 노예해방 다음해 1866년 설립
단체사진속 흑인, 사장과 나란히

19세기 후반 촬영된 잭 다니엘스 임직원의 단체사진. 가운데 하얀 중절모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창업자 잭 다니엘(원 
안)이고 그 왼쪽의 흑인 남성은 그에게 독특한 위스키 제조 비법을 전수한 노예 니어리스 그린의 아들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잭 다니엘스의 페이스북
19세기 후반 촬영된 잭 다니엘스 임직원의 단체사진. 가운데 하얀 중절모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창업자 잭 다니엘(원 안)이고 그 왼쪽의 흑인 남성은 그에게 독특한 위스키 제조 비법을 전수한 노예 니어리스 그린의 아들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잭 다니엘스의 페이스북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 위스키로 꼽히는 잭 다니엘스가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잭 다니엘스는 보리 맥아로 만드는 스카치위스키와 달리 옥수수와 호밀로 주조하는 버번위스키다. 미국 켄터키 주 버번 지역에서 주로 주조한다고 버번이란 호칭이 붙었지만 그 대명사격인 잭 다니엘스는 테네시 주 린치버그에서 주조돼 테네시 위스키로 분류되기도 한다. 버번위스키만의 독특한 탄내는 안쪽을 살짝 그슬린 참나무 통에 보관하기 때문이다.

노예해방 다음 해인 1866년 설립됐다고 상표에 기록된 잭 다니엘스의 150년 된 비밀이 밝혀졌다. 그동안 린치버그의 잭 다니엘스 양조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영국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잭 다니엘이 10대 시절 독특한 제조 비법을 댄 콜이라는 이름의 백인 양조자로부터 전수받았다고 안내 받았다. 하지만 실제는 콜의 흑인 노예 중 한 명이었던 니어리스 그린이었다고 잭 다니엘스의 공식 역사가인 넬슨 에디가 26일자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19세기 후반 촬영된 잭 다니엘스 직원들이 찍은 단체 사진을 보면 잭 다니엘 곁에 흑인 젊은이가 앉아 있다. 당시 관례대로라면 흑인은 뒤에 가서 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흑인 젊은이는 흰색 중절모를 쓴 잭 다니엘 사장 바로 왼쪽에 앉아 있다. 노예 출신인 흑인이 백인 창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회사에서 그의 비중이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넬슨 에디는 바로 이 젊은이가 잭 다니엘스 위스키의 제조 비법을 전수한 니어리스 그린의 두 아들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헌 자료는 없다. 하지만 테네시 주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1967년 발표된 ‘잭 다니엘스의 유산’이란 책을 보면 “엉클 니어리스야말로 내가 아는 최고의 위스키 제조자”라는 양조자 콜의 발언이 기록돼 있다. 과거엔 잭 다니엘스만의 독특한 풍미를 그의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핏줄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비법이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양조술과 다르다는 점에서 니어리스 그린이 조상으로부터 전수받은 아프리카계 양조법의 영향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위스키#잭 다니엘스#흑인노예#제조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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