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뇌까지 속인다? VR 헤드셋 속 새로운 세상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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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삼성전자의 가상현실부스.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을 재현한 4D 기기를 이용해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Samsungnewsroom(F)
올해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삼성전자의 가상현실부스.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을 재현한 4D 기기를 이용해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Samsungnewsroom(F)
‘VR(Virtual reality)’는 ‘가상현실’이라는 의미다. 현실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나 대상,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동들을 말한다. 가상현실이라고 하면 아마 커다란 안경 같은 장치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 장치가 바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줄여서 ‘헤드셋’이라고 부르는 기기다.

헤드셋은 한 사람을 위한 작은 모니터라고 할 수 있다. 헤드셋 안에는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작은 액정 화면이 들어 있다. 이 화면이 마치 모니터처럼 영상을 보여 준다. 스마트폰을 끼워서 바로 모니터로 쓰는 방법도 있다.

VR SHINECON 제공
VR SHINECON 제공
그런데 이런 작은 화면을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눈앞에 바짝 댄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헤드셋에는 볼록렌즈가 달려 있다. 렌즈가 영상의 초점을 맞춰 작은 화면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 헤드셋은 외부의 빛이나 풍경을 볼 수 없도록 눈 주변에 꼭 맞춰 쓰도록 되어 있다. 화면이 눈앞에 꽉 차기 때문에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내가 있는 현실처럼 느껴진다.

헤드셋에는 핵심 부품이 하나 더 들어 있다. 바로 머리의 각도를 감지하는 센서! 앞을 똑바로 보고 있을 때를 0도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머리를 들거나 고개를 돌리면 해당 방향으로 각도가 바뀔 것이다. 센서는 이 각도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맞게 화면에 나오는 영상을 바꾼다. 그래서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내가 보는 방향에 딱 맞는 영상이 나타난다.

헤드셋은 대부분 화면(스마트폰), 센서, 볼록렌즈, 주변 시야를 가리는 보호 쿠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 스마트폰 안에 위치 감지 센서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끼워 쓰는 제품에는 센서가 들어 있지 않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가상현실 영상은 현실처럼 360도의 풍경을 모두 보여 줘야 한다. 게임이나 놀이공원 같은 가상현실 컴퓨터 그래픽(CG)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유명 여행지의 풍경처럼 실제로 있는 장면을 가상현실 영상으로 생생하게 담아 내려면 사람이 직접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60도를 모두 찍을 수 있는 특수한 카메라가 필요하다.

가상현실 영상을 찍는 카메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동그란 틀에 여러 개의 렌즈를 달아 놓은 ‘리그’ 타입이다. 각각의 렌즈는 자신이 향한 방향의 영상을 찍는다. 내 방을 찍는다고 했을 때 위에 있는 렌즈는 천장, 옆에 있는 렌즈 네 개는 각각의 벽, 아래 렌즈는 방바닥을 찍는 셈이다. 이 영상을 모두 합치면 내 방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한 편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올인원’ 타입 카메라에는 넓은 범위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가 1, 2개 달려 있다. 렌즈 하나로 벽 세 개와 천장을 동시에 찍는 것이다. 그래서 렌즈 두 개만 있어도 내 방 풍경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다.

올인원 타입 카메라에는 보통 1, 2개의 광각렌즈가 달려 있다. 광각렌즈로 찍은 사진(오른쪽)이나 영상은 사방이 왜곡되는 게 단점이다.

영상에 감각을 더하면 가상현실이 더 생생∼!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생기고 있는 가상현실 놀이공원은 새로운 가상현실을 선보이고 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며 우주여행이나 도시를 위협하는 적과 전투를 즐기는 것이다. 롤러코스터의 움직임 때문에 우주 공간에 실제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촉각, 후각, 미각 같은 다른 감각을 이용하기도 한다. 4월 중순 일본에서 문을 연 가상현실 게임센터는 고층 건물 난간에 매달린 고양이를 구하는 게임에 동물 인형을 동원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고양이를 잡았을 때, 실제 현실에서도 손끝에 보들보들한 고양이털의 촉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현실의 움직임을 가상현실 속에도 재현하는 ‘인터랙션’ 기기도 영상을 더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손에 쥔 게임기 컨트롤러가 가상현실 속에서는 전투기의 조종간이나 용사의 검으로 변신한다. 위치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인터랙션 기기를 팔이나 다리에 차고 움직이면 가상현실 속 ‘내’가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수술부터 공포증까지, VR 치료


현재 가상현실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게임이나 가상 여행이다. 그런데 앞으로 가상현실이 의료에서도 크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람 몸속에 있는 장기를 가상현실로 만들어 속을 살피거나, 수술 환경을 가상현실로 꾸미면 사람의 목숨을 해칠 위험 없이 안전하게 의료 훈련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폴란드 바르샤바심장학연구소의 막시밀리안 오폴스키 교수팀은 가상현실로 심장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구글 글래스’를 쓰고 환자의 심장을 3D로 촬영한 영상을 가상현실로 띄웠다. 실제 심장을 구석구석 뒤지기는 어렵지만, 가상현실 영상은 미리 자르거나 돌려 보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어떻게 치료할지 계획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상 심장으로 혈관의 위치나 치료해야 할 부분을 계속 확인하며 실제 심장을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김은영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gomu51@donga.com
#vr 헤드셋#가상현실#vr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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