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스 치명적 실수, 또 다른 개러스가 웃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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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유로 16강전 ‘영국 더비’… 후반 30분 개러스 베일의 왼발 크로스
수비수 개러스 매콜리 발 맞고 골대로… 웨일스, 북아일랜드 자책골로 8강에

후반 30분 웨일스의 공격수 개러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이 상대 진영 왼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북아일랜드의 수비수 개러스 매콜리(37·웨스트 브로미치)는 공을 향해 오른발을 뻗었다. 문전으로 쇄도하던 웨일스의 미드필더 할 롭슨카누(27·레딩FC)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콜리의 발에 맞은 공은 북아일랜드 골키퍼가 손쓸 새도 없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웨일스의 개러스는 웃고, 북아일랜드의 개러스는 울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이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웨일스(세계 랭킹 26위)와 북아일랜드(25위)의 ‘영국 더비’는 웨일스의 승리로 끝났다. 웨일스는 26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16강전에서 상대의 자책골로 1-0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영국 연방 4개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가운데 축구 종주국이자 맏형 격인 잉글랜드에 밀려 축구 변방 신세였던 두 팀이 유로 본선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대회까지 16개였던 본선 참가국이 24개로 늘어난 덕을 봤다. 두 팀이 메이저대회 본선에 함께 나간 것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이 마지막이다. 당시 두 팀 모두 8강에 진출했지만 웨일스는 브라질에, 북아일랜드는 프랑스에 졌다. 이후 웨일스는 한 번도 메이저대회에서 뛰지 못했고 북아일랜드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가 마지막 메이저 무대였다.

웨일스의 축구 역사를 다시 쓴 유로 8강 진출도 개러스 베일의 발끝에서 나왔다. 슬로바키아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려 웨일스의 유로 본선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던 베일은 잉글랜드와의 2차전, 러시아와의 3차전 등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조 1위로 웨일스의 토너먼트 진출을 이끈 데 이어 16강전에서 ‘득점 같은 자책골’까지 얻어내는 맹활약을 이어갔다.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태어난 베일은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여러 차례 대표팀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웨일스는 헝가리-벨기에의 승자와 다음 달 2일 4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자책골을 넣긴 했지만 웨일스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매콜리도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베테랑 수비수 매콜리는 우크라이나와의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북아일랜드의 유로 본선 첫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한편 포르투갈과 폴란드는 각각 연장 접전 끝에 크로아티아(1-0)와 스위스(승부차기 5-4)를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폴란드가 유로 8강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유로8강#영국 더비#개러스#웨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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