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인회계사회 최중경 “회계감사 보수 최저한도 설정… 저가 수임 막아야 감시 제기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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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회 회장에 선임된 최중경 前장관

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회계법인이 감사 절차를 다 지켰다면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한다”며 “장관 출신 회장으로서 후배 회계사들의 ‘기 살리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회계법인이 감사 절차를 다 지켰다면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한다”며 “장관 출신 회장으로서 후배 회계사들의 ‘기 살리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의 1차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합니다. 사람들이 숨기려고 작정하면 회계사는 물론이고 누가 와도 당해낼 수 없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최중경 신임 한국공인회계사회장(60)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신이 뚜렷하고 주장이 강했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지낸 최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부실회계 사태로 연일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회계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으로 나서자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렸다.

최 신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를 작성한 회사의 담당자들에게 1차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회계업계를 두둔했지만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제대로 된 절차를 지켰다면”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회계사들이 법으로 정한 절차를 준수했다면 회계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내가 장관을 사임할 때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것처럼 회계사들도 구조조정의 책임을 지도록 공격받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최 회장은 2011년 지경부 장관 재직 당시 정전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는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정권에 부담 주기 싫어 그만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 회장은 제대로 된 감사를 하기 어려운 회계업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대표적인 예로 2014년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은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기대출을 거론했다. 그는 “똑똑한 회계사들, 한국무역보험공사 직원들도 모뉴엘에서 1년 넘게 조작한 서류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었다”며 “회계사들에게 수사권이 없는데 ‘이 서류 제대로 작성한 것이냐’고 따져 묻거나,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으로 내세운 회계감사 보수 최저한도 설정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회계 감사인에게 돈 주는 걸 아깝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저가 수임이 만연하다 보니 회계법인들이 계약이 틀어질까봐 할 말을 못 하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회계사의 직업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회계사들이 돈 몇 푼 벌자는 생각으로 일하지 말고, 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선배 회계사들이 강조했던 도덕성, 투명성 등의 가치를 깨우쳐 주기 위해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 현안이나 정부에 대한 조언에 대해선 “일개 이익단체장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22일 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최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는 “중학교 반장 선거 이후 선거는 처음”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회계업계에 기여하고 싶어 나섰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효성 사외이사 등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최 회장 측은 “역대 공인회계사회장들도 비상근 사외이사를 겸해 왔고 법적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잠시 일했다. 이어 행정고시(22회)에 수석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등의 요직을 거쳐 2008년 기재부 1차관, 2010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2011년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2003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때 외환시장에 강력히 개입하면서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공인회계사회#부실회계#최중경#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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