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 맥주]시원한 유혹, 즐거운 축제…맛있는 맥주, 문화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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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인천 월미도에서 초대형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올 3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인천 월미도에서 초대형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캬∼ 시원하다.”

냉장고에서 꺼내든 차가운 병맥주. 한 모금 들이켜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평소 감정 표현을 그다지 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나이조차도 이 순간만은 어쩔 수 없다. 태양이 달아오르기 전 달리기를 하고 난 뒤, 혹은 테니스 한 경기 뛰고 난 뒤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마시는 찬 맥주는 세상의 어느 음식도 주기 어려운 행복감을 선물한다. 병을 든 손으로 느끼는 얼음 같은 촉감, 입술에 닿았을 때 뜨거운 피부에 들러붙으면서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병의 느낌, 그리고 바짝 마른 혀와 입안을 적시기 시작하는 차가운 액체의 흐름, 목을 타고 들어가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시원함. 체온이 1도쯤은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온몸이 깨어난다. 여름 운동으로 풀어진 세포들이 갑자기 각성되는 기분이 든다.

여름, 시원한 맥주의 계절이 왔다


여름이 왔다. 벌써 한 달도 더 전부터 시작된 더위가 기승이다. 낮에는 30도를 넘는 기온이다. 거기에 겹치는 습한 날씨.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그래도 생활은 계속되는 법.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달리고 씩씩하게 땀 흘리는 마음은 늘 필요하다.

덥다고 에어컨 아래로만 숨어들면,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일상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약간의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를 하는 것이 더위와 피로에 지친 몸에 활력을 주는 데 필수요소.

따로 운동을 하면 좋지만, 그러지 못 하더라도 액티브하게 활동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만, 충분한 수분 보충을 잊으면 안 된다. 하루에 2L의 물을 마시라는 이야기부터 적정한 양에 대한 이론들이 많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목이 마르기 전에 수분을 보충해 탈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면 입에 맛는 음료를 잘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즘은 맥주들이 양보다 질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몸에 좋은 물과 질 좋은 홉만을 사용해 별도의 첨가물 없이 만들어내는 맥주들이 대세다. 그러니 영양과 맛, 시원함을 제공하는 데 있어 맥주만 한 음료를 찾기 어렵다.

활력 넘치는 생활인의 여름 친구, 맥주. 우리 생활 속으로 점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축제가 된 맥주,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들

인기 있는 맥주 제조업체 제품들. 하이네켄,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하이트진로의 ‘맥스’와 ‘하이트’, 오비맥주의 ‘믹스테일’(왼쪽부터). 각 사 제공
인기 있는 맥주 제조업체 제품들. 하이네켄,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하이트진로의 ‘맥스’와 ‘하이트’, 오비맥주의 ‘믹스테일’(왼쪽부터). 각 사 제공

독일의 유명한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는 다들 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며 축제를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행사들을 하거나 그 콘셉트를 활용한 주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19일까지 센텀맥주축제가 열리고 있고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천 명이 한꺼번에 치맥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수제맥주를 파는 가게들도 생겨나고, 아예 자기가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수제맥주 만드는 법을 배우는 강좌도 있어 수료하고 나면 나름 전문가가 되어 주변에 새로운 맛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되기도 한다.

각종 운동 경기장에서 맥주를 선물하고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15일 밤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로 볼비어를 제공하고 광장파티를 벌였다. 한국프로골프(KPGA)의 한 경기에서는 특정한 한 홀을 정해 갤러리가 맥주를 마시며 환호성을 터뜨릴 수 있는 이른바 ‘갤러리 해방구’를 설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맛과 품질로 승부하는 맥주 회사들

이제 맥주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품질과 맛으로 승부하고 있다. 독일에는 맥주순수령이라는 것이 있다. 맥아 홉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못하게 한 법령이 선포된 지 500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면서 그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클라우드 맥주는 K를 맨 앞 스펠링으로 사용하면서 한국의 자존심을 내세웠다. 롯데주류의 이 같은 노력은 곧바로 시장의 인정을 받게 되었고 출시 2년 만에 이미 한국 맥주 시장의 판세를 흔들어 놓았다. 최고의 품질을 얻기 위해 엄선한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특유의 향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맛을 느끼면서 마실 수 있는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천연암반수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한국 맥주의 판도를 흔든 하이트도 올해 3세대 하이트를 내놓으면서 품질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22년 동안 330억 병을 판 하이트의 이번 혁신은 거의 전 부분에서 일어났다. 그중 가장 중요한 개념은 ‘쉽고 가벼운 목넘김’이다. 또한 프라임 맥주의 전통을 이어, 프리미엄급 맥주 퀸즈에일, 스타우트, 에스 등 3종을 통해 맛있고 홉의 향이 살아있는 맥주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맥주 문화의 선진국에서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맥주를 만들어 온 것은 굳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다 아는 일. 그 유럽의 전통과 혁신기술을 담고 있는 네덜란드 양조장에서 만들어낸 하이네켄 맥주는 또 한 번의 혁신을 통해 제조 자체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A이스트라는 순수 효모를 사용하는 특유의 드래프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함으로써 하이네켄만의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네덜란드의 양조장에서 만든 신선한 맛 그대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또한 한국 맥주들의 질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한국 맥주 업그레이드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한편 한국 맥주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오비맥주는 최근의 ‘홈술·혼술족’ 트렌드를 겨냥한 새로운 주류를 내놓았다. 신개념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이다. 알코올 도수 8도의 병 제품으로 맥주 양조와 같은 발효공법을 적용해 맥주의 노하우를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개념의 술을 내놓은 것. 탄산음료나 주스와 섞어 만드는 칵테일의 새 맛을 즐길 수 있는 첫 ‘칵테일 발효주’다.

시원한 여름 즐기기,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맥주 한 모금에서 시작된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시원한 여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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