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상 만물은 신의 뜻? “살기 위해 진화했을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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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리처드 도킨스 지음/김정은 옮김/472쪽·2만2000원·옥당

영화 ‘곡성’에는 해골 모양으로 시드는 금어화가 나온다. 악마나 귀신의 짓인가 하며 섬뜩해하는 사람들에게 리처드 도킨스라면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착각하지 마. 그냥 우연히 그런 모양이 된 것일 뿐이라고!”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화학자인 그가 영국왕립연구소에서 진행한 대중 과학강연 내용을 정리하고 보강한 책이다. 자연선택과 돌연변이, 복제 등 진화론과 관련된 개념을 거미줄부터 동물의 날개, 눈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대중강연을 바탕으로 한 덕에 이해하기 쉬운 데다 꽤 냉소적인 농담까지 양념처럼 더해져 잘 읽힌다.

책의 의도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생물체나 자연현상을 보고 ‘신의 뜻 혹은 위대한 자연의 설계가 작용했다’고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건 당신의 착각’이라고 일깨우는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 벌레잡이풀의 생김새부터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조차도 경이롭게 느꼈던 정교한 눈의 구조까지 모두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 조금씩 전진한 진화의 결과물일 뿐이다. 진화의 꼭대기에 있기에 결과물만 보면 경이롭지만 실은 수만, 수억 년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저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무리 까다롭고, 올라야 할 (진화의) 절벽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신 혹은 설계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진화론이야말로 어찌 보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론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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