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신경아 경장이 본 대부도 토막살인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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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의미 연결 잘 못해… 전체를 보는 눈, 상당히 떨어져”
증거인멸이나 도주 시도 안해… 여타 흉악범들과 다른 양상
“꼬박꼬박 대답… 조사받다 웃기도”

“묻고 답하는 내내 차분했어요. 뭔가 숨기려고 (머리 굴리지도) 않고 꼬박꼬박 대답도 잘했고요. 토막살인을 한 흉악범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프로파일러 신경아 경장(36·여)은 경기 안산시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의 피의자 조성호 씨(3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경장은 이달 8일 6시간 동안 조 씨를 상대로 범죄심리분석을 진행했다. 조 씨는 6시간 내내 감정의 기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신 경장은 “프로파일링을 진행하다 보면 답변을 안 하거나 속이려고 해서 힘든 경우가 많은데 조 씨는 답변도 잘하고 협조적이어서 수월했다”고 기억했다. 조사가 밤늦게까지 진행되면서 저녁으로 준 햄버거도 잘 먹었고 자포자기한 듯 가끔 웃음도 보였다.

조 씨의 범죄는 여느 토막살인사건이나 흉악범죄들과 확연히 달랐다. 살인 이후 사체 유기 및 증거 인멸, 주변 정리, 경찰수사 탐문, 도주 등 전형적인 양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함께 살던 최모 씨(40)를 살해한 후 화장실에 뒀다가 부패가 진행돼 악취가 나자 뒤늦게 사체를 훼손했다. 최 씨에 대한 분노나 원한, 은폐 목적보다 버리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컸다.

증거 인멸을 노렸다면 얼굴이나 손가락 지문을 훼손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경찰 수사 상황을 파악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범행을 저지른 집에서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갔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조 씨가 전체를 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별 사안의 부분적인 것은 조리 있게 답하면서도 전체 줄거리를 얘기하면 이해를 못했다. 의미 연결 능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내가 직접 부분을 연결해서 ‘이래서 이렇게 한 게 아니냐’며 범행과 수법, 의도 등을 얘기하면 그제야 ‘아, 네’ 하며 긍정도 부정도 않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신 경장은 이런 조 씨의 단절적인 사고가 범행 이후 너무나도 태연한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봤다.

조 씨의 삶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강력범이라고 보기엔 너무 평범했다. 그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초중고교까지 다녔다. 부모님과 누나 3명이 있는 평범한 집의 막내아들이었다. 누나가 많다고 여성적이거나 내성적이지도 않았다. 경기 북부 지역의 2년제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전공을 살려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동물을 좋아해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고 애견카페까지 운영했다. 이후 여러 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최 씨를 만났고 생활비를 줄이려 동거를 시작했다. 시중에 조 씨가 성소수자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경찰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변창범 경기남부경찰청 강력계장은 “직장 동료나 친구들을 상대로 탐문한 결과 평소에 화를 잘 내거나 주변 사람과 다투지도 않고 얌전한 성격으로 잘 어울렸다고 했다. 조 씨의 범행 사실을 듣고는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조 씨가 검거돼 안산단원경찰서에 9일 동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조 씨의 가족은 그를 면회하지 않았다. 변 계장은 “얼굴이 공개돼 부담을 느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가족들도 너무나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를 마치고 13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송치됐다. 검찰은 다음 달 2일까지 조 씨를 기소하기 위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프로파일러#이상범죄#조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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