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식통들, “남편의 대권 도전 적극 반대하던 유 여사, 최근엔 수용하는 태도 보여”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물(水)의 정치론’ 펴내 대망론에 한발씩 다가서는 모습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뿐만 아니라 부인 유순택 여사(71)도 확실히 달라졌다.”
방한 중인 반 총장이 25일 관훈클럽 토론회 등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미국 뉴욕 외교가에서 나오는 평가 중 하나다. 반 총장도 ‘대망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남편의 대권 도전을 가장 강력히 반대해온 유 여사의 태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는 얘기다.
유 여사는 2014년 11월경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지자 “남편이 정치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유엔 사무총장 퇴임 이후에 아예 한국에 들어가지 말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후로도 비슷한 견해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는 증언을 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반 총장 내외를 한두 달 간격으로 만난다는 뉴욕의 한 소식통은 “두 분을 만날 때마다 ‘총장님,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셔서 국민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해 주세요’라고 인사하곤 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 여사가 ‘제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곤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몇 주 전 만나서 같은 인사를 건넸을 때 반 총장은 기분 좋게 웃고, 유 여사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한 문화계 인사도 “유 여사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말린다고 말려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망론’에 대해 “내가 그런 말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이런 얘기 나오는 데 대해 내 자신은 개인적으로 ‘내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여사도 공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해석했다.
대망론에 대한 반 총장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 연말이었다.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22일 뉴욕 맨해튼의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 관저에서 열린 뉴욕특파원단 송년 만찬 행사에 ‘예고 없이’ 참석해 1시간 넘게 간담회를 가졌다. 반 총장은 당시 “물은 약해 보이지만 강할 땐 무엇보다 강하다. 나도 모든 것을 부드럽게 하지만, 힘을 쓸 때는 확실하게 쓴다”며 이른바 ‘물(水)의 정치론’을 폈다. 반 총장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 타결돼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이 무렵부터 유엔 안팎에선 “반 총장이 ‘사무총장으로서 큰 업적(레거시·legacy)을 남겼으니 홀가분하게 다음 행보(대권 도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반 총장이 적극적으로 대권을 추구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기회가 오면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는 정도의 자세를 갖게 된 것 같다는 얘기다.
유엔본부의 경비원들조차도 한국 기자를 만나면 “사무총장이 다음 한국 대통령이 되는 거냐”고 물을 정도로 유엔 안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널리 퍼져 있다. 반 총장의 측근 그룹의 발언에서도 ‘반 총장이 대권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달 18일 한미우호친선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가 한 측근인사에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냐”고 묻자 “지금 다 말하면 나중에 할 얘기가 없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반 총장이 대권 도전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풀어놓을 보따리’가 조금씩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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