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준위 방폐장 용지 2028년까지 선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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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폐장 건설 ‘33년 밀린 숙제’ 푼다
정부, 사용후核 처리장 계획 발표

《 정부가 12년 뒤인 2028년까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처분할 용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첫 원전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간 지 38년 만에,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이 처음 추진된 1983년 이후 33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지 확보가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53년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한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고 후보지로 선정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대한 대응책도 뚜렷하지 않아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33년간 논란을 빚어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이 나왔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부지를 12년에 걸쳐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다. 2028년까지 최종 부지를 확정한 뒤 24년간 건설해 2053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 예고했다. 기본계획안은 2013년 10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간 의견 수렴 활동을 거친 뒤 지난해 6월 내놓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은 33년 밀린 숙제다. 1983년부터 9차례에 걸쳐 추진됐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는 원전 내 수조(水槽·물탱크)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지만, 2019년 월성원전부터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원전 내에 추가로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중간저장시설 완공 전까지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방폐장 건설이 또 차질을 빚으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도 관건은 사업지 선정이다. 정부는 특정 지역을 지정하지 않고, 지역 공모를 받고 주민 동의를 거쳐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지 선정 때도 경주와 영덕, 포항과 군산 등이 공모에 참여해 주민투표 결과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했다. 그 대가로 정부는 경주에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했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이전시켰다.

정부는 사업지 선정에 걸리는 기간을 최소 12년으로 잡았다. 바다와 먼 내륙지역이나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반이 약한 곳 등 부적합 지역을 우선 걸러낸다. 이어 사업지를 공모하고, 주민 동의를 거쳐 복수의 후보지에 대해 4년간 심층조사를 벌인 뒤 최종 대상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고준위 방폐장에는 지하 500∼1000m에 만드는 영구처분시설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안정성을 실증하는 지하연구시설, 영구처분 전 일시적으로 방폐물을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 등이 같이 들어선다. 산업부는 사업지 확보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 완공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적합 지역을 걸러내는 작업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지질조사에도 주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방폐장을 유치하려 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경주에 들어선 중저준위 방폐장과 달리 방사능 함유량이 높은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경주 방폐장 유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적극적으로 특별지원금 등의 혜택을 제시하고 설득하면 부지 선정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방폐장 추진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대해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열리는 국무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확정하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방사성폐기물 중에서도 방사선 방출 강도가 높은 위험물질.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폐기물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가 대표적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선
함유량이 미미한 폐기물이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정부#원자력#방사성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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