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개념 뒤집을 ‘무선충전’…30분만에 배터리 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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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차고지 내 정해진 자리에 주차만 하면 끝이다. 계기판 옆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곳에 나타난 숫자는 66.0(%).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 15분 뒤에 돌아와 다시 숫자를 다시 보니 83.2(%)로 올라가 있었다. 또 다시 15분 후, 경북 구미시 180번 버스는 배터리를 ‘완충’하고 운행에 복귀했다.

이 버스는 구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선충전 전기버스다. 구미시는 KAIST가 개발한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2014년과 올해 2차례에 걸쳐 2대씩 총 4대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다. 13일 직접 이 버스를 타봤다.

엔진음 대신 ‘위잉~’하는 모터소리가 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주행 중 기존 버스와 다를 것은 없었다. 배터리가 차체 위에 있기 때문에 지붕이 둥글게 솟아 있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하지만 충전은 정말 간단했다. 파란글씨로 ‘무선충전전기버스’라고 써 있는 자리에 버스를 주차하기만 하면 센서가 알아서 차량이 들어온 것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충전시킨다. 어떠한 선도 차에 연결되지 않았다. 이 버스는 차고지를 떠나서 다시 돌아오기 까지 약 28㎞의 거리를 2시간 정도 운행한다. 그동안 전체 배터리 용량 중 40% 정도의 전기를 쓰고 오는데, 이만큼을 다시 채우고 운행에 들어가기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아예 이런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신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이다.

최신형의 일부 휴대전화처럼 아무 것도 연결돼 있지 않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달리면서도 전기를 공급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면 배터리 용량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연구소와 자동차 업체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고 개발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개념 바꾼다… 불붙은 개발경쟁

구미시에서 시범운행 중인 무선충전 버스는 KAIST가 2009년 개발한 ‘SMFIR(자기공진형상화)’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SMFIR은 미국 타임지가 ‘2010년을 빛낸 세계 50대 발명품’에 선정하기도 했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2013년 세계 10대 유망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2010년 실용화 단계를 거쳐 2013년에는 상용화 수준에 접어들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오크릿지 국립연구소(ORNL)는 20kW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는데, 30분 충전으로 48㎞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기술의 공동 개발에는 시스코, 에바트란, 클렘슨대와 함께 일본 도요타도 참여했다. 이 연구소는 유선충전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50kW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볼보는 이미 2011년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C30’ 모델에 시범적으로 적용한 적이 있고, 아우디도 내년 시장출시를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BMW는 최고급 하이브리드 차량인 ‘i8’를 올 4분기(9~12월)에 부분변경하면서 무선충전기능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미국 퀄컴사의 무선충전기술인 ‘헤일로’가 적용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가 2013년부터 남양연구소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도 송전 가능… 넘어야 할 산도

연구자들의 눈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지금은 주차한 상태에서만 충전이 되지만, 주행하면서 충전하는 기술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이 가능하다면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걱정거리인 ‘부족한 주행가능거리’라는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굳이 용량 큰 배터리가 필요 없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역시 문제는 비용. 현재 이 기술이 가능하려면 도로 밑에 충전시설을 갖춰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구미시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충전하는 주차구역을 갖추는 데에만 2억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당장 주차장에서 무선충전을 하는 비용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다른 방식도 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특정한 목표물(차량)로 레이저나 전파에 전기 에너지를 실어 보내는 것. 우주에서 인공위성으로 태양 에너지를 받아 원하는 곳에 전기를 보내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KAIST 무선전력전송연구센터 김종우 교수는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없애고 경제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꿔놓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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