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인공 척수’까지… 3D 프린터가 해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3D 바이오프린팅’ 시대 성큼

강현욱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이 2월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인공 귀. 연구진은 인공 귀의 틈새와 표면에 세포를 붙인 뒤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강현욱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이 2월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인공 귀. 연구진은 인공 귀의 틈새와 표면에 세포를 붙인 뒤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슈퍼히어로 피규어부터 체내에 삽입되는 인공관절까지. 최근 3D프린터의 활약이 대단하다. 3D프린터는 고열을 가했을 때에는 젤 상태였다가 상온에서 굳으면 단단해지는 특수 고분자 잉크를 사용한다.

만약 세포를 죽이지 않고 살아 있는 상태로 3D프린터로 출력해 쌓아 올린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 있는 세포를 ‘잉크’로 쓰는 것이다. 이른바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첨단 줄기세포 기술과 만나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 신약 독성 시험용 인공 간 상용화

미국 바이오 벤처인 ‘오가노보’가 3차원(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3D 간 조직. 오가노보는 3D간 조직을 가장 먼저 상용화시켜 독성 시험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가노보 제공
미국 바이오 벤처인 ‘오가노보’가 3차원(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3D 간 조직. 오가노보는 3D간 조직을 가장 먼저 상용화시켜 독성 시험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가노보 제공
2007년 설립된 미국 벤처 ‘오가노보’는 3D 바이오프린팅 상용화에서 가장 앞서 있다. 오가노보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3D프린터를 이용해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3차원 간 조직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지금까지 신약 독성 시험에는 2차원으로 만든 간 조직이 쓰였다. 간 조직을 실제 간과 유사한 3차원으로 만들 경우 독성 시험 결과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오가노보는 간세포와 간성상세포, 내피세포 등으로 이뤄진 인공 간 조직을 3D프린터로 출력해 42일 동안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에 간 조직의 모든 기능은 정상이었다. 오가노보는 2014년 11월부터 3D 인공 간 조직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D ‘인공 신장’ 조직을 바이오프린팅으로 만드는 데 성공해 이르면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미국 과학 잡지 ‘포퓰러사이언스’는 지난해 오가노보가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간과 인공 신장을 ‘올해의 새로운 기술상’ 수상 대상으로 선정했다. 포퓰러사이언스는 “대부분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과 인체 시험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오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인공 간과 인공 신장을 이용해 독성 시험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기술적인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 길이 0.25mm 초소형 인공 심장

앤서니 아탈라 미국 웨이크포리스트재생의학연구소(WFIRM) 교수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간, 심장 등 인체에서 핵심이 되는 인공 장기를 만든 뒤 이들을 서로 연결해 ‘인공 신체’를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연구진은 ‘오가노이드’로 불리는 초소형 장기를 만들어 시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간과 심장을 찍어 내는 데 성공했다. 길이가 0.25mm인 심장은 전기 자극을 받으면 뛰고, 박동 속도는 실제 심장과 동일하다. 아탈라 교수팀은 심장에 혈관과 폐도 추가할 계획이다.

아탈라 교수팀과 인공 귀, 인공 코 개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강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신체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공 신체는 경제적이고 윤리적인 논란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된 인공 장기를 생체 이식용 장기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재생 불가능한 척수도 바이오프린팅으로 해결

김정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최근 환자 이식용 척수를 바이오프린팅으로 찍어 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척수는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김 교수팀은 환자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의 성분이 되는 신경세포와 성상세포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은 문제는 이들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을 만드는 일이다.

김 교수는 “세포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생존 환경도 제각각이어서 이를 모두 충족하는 조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 과정만 완료되면 3차원으로 세포를 쌓아 올려 척수 조직을 찍는 바이오프린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3d 프린터#강현욱#울산과학기술원#인공 간#인공 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