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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년의 날… “열여덟살에 세상밖으로… 500만원으로 홀로서기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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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년의 날… “열여덟살에 세상밖으로… 500만원으로 홀로서기 두려워”

강성휘기자 입력 2016-05-16 03:00수정 2016-05-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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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성년의 날… 아동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생활苦
홀로서기 청소년인 김모 씨(20·오른쪽)가 내년에 홀로서기 청소년이 되는 이모 군(18·왼쪽)과 함께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7세 때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줄곧 경기 안산시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 19세가 되자 홀로 서야 했다. 수중에는 500만 원이 전부였다. 단칸방 계약서 쓰는 법도, 전기료 내는 법도 몰랐다. 다시 버려진 기분이었다. 1년이 지나 맞는 성년의 날. 김민재(가명·20) 씨는 “정말 내가 홀로 서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며 “축하보다는 ‘1년간 홀로 버텨내 장하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김 씨는 ‘홀로서기 청소년’이다. ‘퇴소 청소년’이라고도 한다.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돼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립한 사람이다. 매년 사회로 나오는 홀로서기 청소년은 약 2000명이다.

정부의 지원은 보호시설을 나올 때 딱 한 번 주는 자립정착지원금 500만 원이 전부다. 김 씨는 따로 모아둔 100만 원가량이 더 있었지만 12년을 지내 친숙한 안산에 자리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아는 이 하나 없는 경북 경산시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당장 살 곳을 구하기도 막막했다. 방을 구하려면 부동산 중개업소에 찾아가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찜질방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방을 구했지만 석 달 뒤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공과금 내는 법을 몰랐던 탓이다. 김 씨는 “가끔 이상한 종이가 우편함에 꽂혀 있어 반송함에 넣곤 했는데 그게 고지서였다”고 했다. 그는 “보호시설에서는 아무도 이런 것들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캄캄한 방에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전 재산은 한 달도 안 돼 바닥났다. 보증금 300만 원과 이것저것 생활필수품을 샀더니 100만 원 남짓 남았다. 공부를 해 애견 조련사가 되겠다는 일념에 대학에 진학했는데 등록금 320만 원 중 국가장학금 200만 원을 뺀 120만 원과 입학금을 내니 비상금까지 모두 사라졌다.

생활고는 외로움만큼 빨리 찾아왔다. 기초생활수급비 55만 원은 월세 20만 원과 휴대전화 요금, 식비를 대기에도 벅찼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두 달 만에 관뒀다. 장학금을 받기 위한 최소 평점을 맞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수입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도 끊겼다.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지금은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 대신 식비를 줄이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김 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1년 홀로서기한 전모 씨(24)는 20년 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부모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으려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부모가 직접 ‘관계 단절 소명서’를 내야 한다”는 말에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했다. 이런 경제적 이유로 많은 홀로서기 청소년들이 학업 대신 생계를 택한다. 현재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77%가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만 실제 진학비율은 24.1%에 그친다.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단은 자립을 위한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양육시설별로 선택해 가르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 감정 표현하는 법’, ‘우리 집 청소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택한다.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는 ‘(임대차) 계약서 쓰기’를 듣는 보호아동은 1.5%, ‘돈 관리 기술’과 같은 경제교육을 수강하는 아동은 10%가 채 안 된다. 보호시설에서 반드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별다른 교육조차 하지 않는 소규모 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도 있다. 아동자립지원단 관계자는 “사전교육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개선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적 지원이다. ‘아름다운 가게’ 관계자는 “개인 후원을 위해 2011년부터 모금을 하고 있지만 ‘다 큰 어른을 왜 도와야 하느냐’는 인식 탓에 쉽지 않다”며 “나이는 성인이어도 아직은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설미 동명아동복지종합타운 자립지원팀장은 “경제적 지원과 함께 자립 후 지속적인 상담 등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성년의 날#자립정착지원금#청소년#아동보호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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