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혁신위에 非朴 중용… ‘박근혜당’ 색깔 빼는 정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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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 당연직 외엔 친박 없어… ‘친유승민’ 이혜훈-김세연도 포진
靑 ‘정권재창출 위한 변신’ 용인한듯
일각 “친박, 임시체제에 의미 안둬”… 8월 全大 앞두고 ‘전략적 후퇴’ 관측

‘파격 인선’이었다.

15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히든카드’는 ‘김용태 혁신위원장’이었다. 김 의원은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핵심 측근이었다. 19대 국회에선 정두언 의원 등과 함께 박 대통령에게 가장 비판적인 여권 인사로 꼽혔다. 그런 그에게 새누리당 혁신의 전권을 넘긴 것이다.

이어 정 원내대표가 내놓은 비상대책위원 명단도 예상 밖이었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제외하면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없다. 그 대신 이혜훈 당선자와 김세연 의원이 비대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선이 되는 이 당선자와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 ‘민주주의 논쟁’을 벌이며 4·13총선 공천 파동을 불러온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가깝다. 공천 파동의 한 축이던 김무성 전 대표 측의 김영우 이진복 의원도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8월에 열릴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혁신위원장과 비대위를 모두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으로 꾸린 것이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박근혜당 종식’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선거 패배 뒤 한 달이 지나도록 너무 한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집권 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느냐는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선택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친박 중심의 기존 질서와 결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리고, 친박계가 주장한 비대위-혁신위 ‘투 트랙 체제’를 수용하면서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비박계 강경파가 혁신위원장으로 당헌·당규 개정권과 당론 결정권을 모두 틀어쥐면서 ‘친박계의 퇴조’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혁신위원장은 “이미 혁신 과제들은 다 나와 있다”며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 원인인 계파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선에서 또 다른 파격은 박 대통령이 비박 중심의 인선을 암묵적으로 용인했다는 점이다.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국 운영의 방점을 정권 재창출에 맞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도 박 대통령은 정권 창출을 앞두고 과감하게 변신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야권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전태일재단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기도 했다. 13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3당 대표 분기별 회동 정례화’를 제안하며 협치를 약속한 것도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친박계의 ‘전략적 후퇴’라는 말도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을 염두에 두고 비박계에 당 운영을 일시적으로 맡겼다는 얘기다. 과거 혁신위 활동이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난 만큼 현재의 ‘임시 체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박계 일부에서는 비박계 중심의 인선을 두고 “이게 화합과 협치냐. 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도움을 받고는 ‘먹튀’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비대위를 추인하는 17일 전국위원회에서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공천 파동 당시 계파 갈등의 잔상이 워낙 강렬해 모든 걸 계파적 시각에서 보겠지만 정 원내대표는 계파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인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를 두고 “우리도 대통령비서실장이 바뀐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 당내 인선도 청와대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청 관계는 말 그대로 ‘수평적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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