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구조조정 6년 성적 ‘낙제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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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4년, 5대 재무지표중 4개 악화… 부실만 키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랐던 건설업계의 기초체력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년간 부실 종합건설사 1618개가 사라졌지만 건설업계의 재무 성적표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가동됐는데도 더 나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옥석 가리기’보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 도려내고 환부를 덮어두는 식의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영세한 건설사들이 난립해 건설업계가 속으로 곪고 있다는 지적이다.

○ 6년간 실속 없던 구조조정

1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의뢰해 2008∼2014년 건설업계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종합건설사는 2008년 1만2590개에서 2014년 1만972개로 1618개 감소했다. 매년 270개 가까이 문을 닫은 셈이다. 부도, 경영난 등으로 기업이 사라져 외형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겉보기와 달리 내실은 없었다. 2008년부터 2016년 4월 말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간 건설사 25개 중 11개만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2014년 건설사들의 재무지표도 6년 전에 비해 오히려 나빠졌다. 종합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및 당기순이익률, 자산 대비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 이자보상비율 등 5개 주요 재무지표 중 부채비율만 약간 개선되고 나머지는 모두 나빠졌다.

특히 조사 대상 종합건설사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2008년 387.4%에서 2014년 201.9%로 떨어졌다. 실적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양호한 것이며 100% 미만이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이라는 뜻이다. 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5.8%에서 2.2%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같은 기간 469.8%에서 567.0%로 상승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떨어져 금융비용이 감소했는데도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한 것은 건설사들의 경영이 악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었다. 적자를 낸 건설사의 비율은 2008년 16.0%였지만 2014년 18.7%로 증가했다. 반면 순이익 20억 원 이상인 기업은 같은 기간 3.1%에서 3.6%로 늘어났다.

○ 원샷법 활용하겠다는 기업 한 곳도 없어

정부는 2008년 10월 건설사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계 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설회사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병행해 방만한 경영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년이 지나도 문제는 여전하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사 수가 2000년 3만9000여 개에서 지난해 5만7000여 개로 늘었다. 입찰 제도의 변별력을 강화해 부실·부적격 업체가 도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부동산시장 침체 등 환경 변화와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의 문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채권은행이 살릴 기업은 적극 지원하고 한계기업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니 건설업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경영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국토부가 최근 자발적으로 인수합병(M&A), 설비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의 8월 시행을 앞두고 사전 수요를 조사했지만 이에 응하겠다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원샷법을 활용한 구체적인 구조조정 촉진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업 등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원샷법의 방향성과 인센티브를 명확히 밝히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
#건설업#구조조정#재무지표#부실#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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