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찧고 우려내고 걸러내기 3시간… 맥주, 널 다시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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찧고 우려내고 걸러내기 3시간… 맥주, 널 다시 보게 됐다

김수연기자 입력 2016-05-14 03:00수정 2016-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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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도전! 수제맥주]기자, 맥주공방에 가다
수제맥주 만들기에 참여한 본보 김수연 기자가 맥즙을 냄비에 담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굿비어공방 제공
맥주에 문외한이었던 기자는 연초 ‘세계적 맥주 회사들이 영세한 수제맥주 회사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는 외신 기사를 본 뒤 수제맥주의 존재를 알게 됐다. 도대체 수제맥주가 무엇이기에? 호기심을 참지 못해 직접 배워 보기로 했다.

3월 기자가 찾은 곳은 서울 이태원의 ‘굿비어 공방’. 도시 외곽에 차려진 양조장과 달리 식당 주방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만드는 게 인상적이었다. 수강생들은 직장인 여성, 중국 출신 케이블방송 리포터, 외국계 기업 사원 등 다양했다. 중국인 리포터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맥주 만들기 첫 단계는 맥아 손질이다. 분쇄기로 맥아를 부순 뒤 산도와 단백질을 조정하는 것이다. 최근엔 이 단계까지 처리된 맥아 가공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30분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분쇄된 맥아는 뜨거운 물에 넣고 우린다. 펄펄 끓는 물에 넣어 버리면 안 된다. 온도계를 꽂고 65∼67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1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맥즙이 우러나자 한 수강생이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다. “식혜랑 맛이 똑같은데요?”라는 물음에 이 공방의 김욱연 대표는 “엿기름을 이용해 식혜를 만드는 원리와 똑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당화(糖化)가 끝나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냄비 하단엔 거름망이 부착된 호스가 있는데 이곳으로 맥주를 받아낸 뒤 냄비에 다시 붓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해야 할까. 기준은 없다. 맥아 찌꺼기 없이 맑은 맥즙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맥즙을 냄비에 넣을 땐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해야 한다. 맥아 껍데기가 켜켜이 쌓여 거름망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다 흩어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맑은 맥즙을 얻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네 사람이 번갈아가며 이 작업을 했다. 성질 급한 기자가 냄비에 왁 하고 쏟아버리자 뒤에 있던 남성 수강생이 말했다. “저기, 조심히 좀 하세요. 안 그러면 계속해야 되잖아요.”

인내심을 갖고 하다 보니 맑은 맥즙이 나왔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맥아 찌꺼기 더미에 물을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찌꺼기에 남아 있던 당분을 수거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모은 맥즙에 홉을 넣고 펄펄 끓인다. 홉은 맛이나 향에 따라 수백 가지가 있다. 이날은 자몽 같은 향이 나는 홉을 넣었다. 여기까지 대략 3시간이 걸렸다. 다 끓인 맥주는 냉각 도구를 이용해 차가운 상태로 식혀 효모를 넣은 뒤 일주일간 발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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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효모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효모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효모는 맥아에서 발생한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어떤 효모를 쓰느냐에 따라 발효 과정에서 맥주 맛도 완전히 달라진다. 강의를 하던 김 대표는 효모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은 즙을 만들고 효모가 맥주를 만듭니다.”

일주일 발효가 끝나면 김빠진 수제맥주 맛이 난다. 사먹는 맥주처럼 톡톡 쏘는 맥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갈색 페트병에 옮겨 담기 전 설탕을 6∼10g 정도 넣고 맥주를 담으면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설탕과 효모가 반응하면서 만들어낸 이산화탄소가 맥주 속에 녹아들어 비로소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나만의 맥주가 완성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수제맥주#공방#크래프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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