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피플/단독]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그녀, 인터뷰 도중 눈물 쏟아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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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 특파원 뉴욕 단독 인터뷰]전기차 ‘테슬라’ CEO를 아들로 둔 68세 현역모델 머스크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인 현역 모델 메이 머스크가 아들이 선물해준 테슬라 자동차 앞에 서 있다. 그는 “테슬라를 타고 있으면 우주선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그의 50세 생일 때 당시 20대였던 일론과 두 동생은 “나중에 진짜 집과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다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인 현역 모델 메이 머스크가 아들이 선물해준 테슬라 자동차 앞에 서 있다. 그는 “테슬라를 타고 있으면 우주선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싱글맘이자 워킹맘인 그의 50세 생일 때 당시 20대였던 일론과 두 동생은 “나중에 진짜 집과 자동차를 사주겠다”고 다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메트 갈라(Met Gala)’는 해마다 5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드카펫 행사다. 유명 패션잡지 보그가 주관한다. ‘서부에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다면 동부엔 메트 갈라가 있다’는 말이 있다. ‘패션계의 오스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들이 최고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선보인다. 레드카펫 행사 뒤 보그는 팬 투표를 실시해 최고의 의상을 선정한다.

올해 메트 갈라의 주제는 ‘패션과 기술의 만남’이었다. 이번엔 뜻밖의 인물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민간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 X’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일론 머스크(45)의 어머니로 현역 모델인 메이 머스크(68)가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8세의 일론 엄마,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란 제목으로 패션 섹션 톱기사로 소개했다.

일론은 히트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고 개인 간 온라인 결제시스템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로도 유명하다.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혀 12세 때 비디오게임용 컴퓨터 코드를 개발한 천재. ‘미래에 투자하는 CEO’로 불리는 일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애정은 뜨겁다.

메이는 “‘일론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를 한 달이면 100통 이상 받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고 분명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142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에 이른다. 아들은 억만장자이지만 어머니 메이는 무대 위에선 화려해 보이지만 무대 뒤에선 수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하는 모델 직업을 계속하고 있다. 손자손녀도 10명이나 되는 할머니 메이는 왜 힘든 모델 생활을 50년 넘게 하는 것일까.

이달 1일 오전 뉴욕 맨해튼 57번가의 ‘포시즌스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브런치(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그의 인생과 철학에 대해 1시간 반 동안 물어봤다. 예상과 다른 대답, 예측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15세 때 시작한 모델 일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인데요.

메이 머스크는 모델 장수 비결 가운데 하나로 ‘도전과 탐험 정신’을 꼽았다. 20대 때 ‘미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발대회 최종 본선에 올랐고(왼쪽 사진 왼쪽), 2011년 63세의 나이에 뉴욕매거진 표지를 누드 사진(가운데)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의 임신누드 화보(1991년) 20주년을 기념해 컴퓨터그래픽으로 임신한 것처럼 꾸민 기획 작품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달 2일 열린 세계적 레드카펫 행사인 ‘메트 갈라’에서 선보인 한인 디자이너 양유나 ‘유나양 컬렉션’ 대표의 작품을 입은 모습.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메이머스크닷컴
메이 머스크는 모델 장수 비결 가운데 하나로 ‘도전과 탐험 정신’을 꼽았다. 20대 때 ‘미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발대회 최종 본선에 올랐고(왼쪽 사진 왼쪽), 2011년 63세의 나이에 뉴욕매거진 표지를 누드 사진(가운데)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데미 무어의 임신누드 화보(1991년) 20주년을 기념해 컴퓨터그래픽으로 임신한 것처럼 꾸민 기획 작품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달 2일 열린 세계적 레드카펫 행사인 ‘메트 갈라’에서 선보인 한인 디자이너 양유나 ‘유나양 컬렉션’ 대표의 작품을 입은 모습.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메이머스크닷컴
“나도 내 자신이 놀라워요. 일을 시작할 때 ‘너의 모델 수명은 18세쯤 되면 끝날 거야’라는 얘기를 듣곤 했거든요. 20대 중반에 세 아이를 낳고 28세에 다시 본격적으로 일을 하니까 이미 ‘최고령 모델’이더군요. 돌이켜보면 모델을 하면서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예쁘기만 한 모델’이란 얘기를 듣기 싫었어요. 몸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영양학과 식이요법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게 만들었고요.”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모델 261명의 평균 연령은 26세에 불과했다. 그만큼 빨리 떴다가 빨리 저문다. 뉴욕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디자이너는 60세, 70세가 많지만 고령 모델은 극히 드물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으면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이의 부모, 즉 일론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캐나다 사람인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다. 메이는 “그 이유가 아프리카를 탐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부모에게서)들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내 핏속에도 흐르고 일론에게도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모가 남달랐던 메이는 1969년 미스남아프리카공화국 선발대회 최종 결선까지 올랐고 이듬해인 1970년 엔지니어인 에롤 머스크 씨와 결혼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10년 만에 파경에 이르고 그 후 메이는 ‘세 아이의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란 힘든 인생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미국 언론들과의 예전 인터뷰를 보면 ‘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I just worked hard to survive)’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그 정도로 힘들었나요.

“1989년 일론의 공부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했어요. 빈곤층이 사는 임대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아이들은 요즘도 ‘엄마, 우리는 자라면서 가난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지만 사실 진짜로 가난했어요. 전 아이 세 명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문제를 늘 고민해야 했죠.”

메이는 그 와중에도 모델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영양학 관련 석사 학위를 2개나 받았다. 세 아이도 장학금과 학자금대출로 대학을 마쳤다. 메이는 “캐나다에 살 때 제 직업이 5개였다. 대학 내 리서치센터에 일하면서 모델 일을 하고 모델 양성 강사로도 뛰었다. 영양학 강사도 하면서 식이요법 관련 개인상담사로도 돈을 벌었다”고 회고했다. 스스로 자신의 지난 인생을 ‘스트러글링(struggling·발버둥치는)’과 ‘저글링(juggling·곡예하는)’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메이는 다른 인터뷰에서 “‘쏟아진 우유 때문에 울지 말라(Don’t cry over spilled milk·‘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는 격언은 나에겐 맞지 않았다. 아이들이 우유를 쏟으면 눈물이 났다. 그때 다시 우유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당신은 우아하고 고급스럽습니다. 쏟아진 우유 앞에서 울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

대답 대신 “흐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메이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자의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아, 미안해요. 이런 공식 인터뷰를 하면서 울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가장 힘든 시절이었어요. 아이들과 살아가려면 ‘내가 절대 아파서도 안 된다’고 다짐해야 했던 때였죠.”

메이는 스스로 분위기를 밝게 바꿨다. 그는 “집세를 내고 아이들과 세끼 밥을 먹기 위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일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우린 지금 (최고급) 포시즌스호텔에 앉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생존이 아니라) 인생을 즐기기 위해 일한다. 그래서 더 행복하다”며 엷은 웃음을 지었다.

기자도 질문의 분위기를 바꿨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살 빼고 좋은 몸매 갖기’를 새해 다짐 중 하나로 결심하지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모델이자 영양학 전문가로서 조언해 주세요.

“나도 아이들을 거의 연년생으로 출산하면서 체중이 계속 불어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초콜릿 같은 당분 많은 음식도 좋아해요. 내가 가장 권하는 방법은 ‘먹은 것과 먹을 것을 기록하는 습관’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어느 정도 먹어야 내 건강에 좋다’는 걸 잘 압니다. 식단 기록은 나 혼자만의 일기 같은 것이고 다른 사람은 볼 수 없지만 나를 압박하고 설득하죠. ‘날씬해지겠다는 내가 이런 고열량의 음식을 먹었다니…’하고 반성하게 되고, 다시는 그런 반성이 필요 없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메이는 자신처럼 모델의 길을 오래 걷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새롭게 가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라(Be nice to everyone)”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보다 친절하고 착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고도 했다.

―일론뿐만 아니라 자녀 3명을 모두 훌륭하게 키웠는데 자녀교육 철학이나 원칙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인 제 아내도 “‘좋은 엄마 되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같다”고 하소연할 때가 있습니다.

메이 머스크는 가난과 싸우며 세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왼쪽부터 테슬라 CEO 일론(장남), 메이, 요식업 CEO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킴벌(차남), 영화감독인 토스카(막내딸). 세 자녀는 어머니를 “놀랍고 역동적이고 멋지다”라고 평가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메이 머스크는 가난과 싸우며 세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왼쪽부터 테슬라 CEO 일론(장남), 메이, 요식업 CEO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킴벌(차남), 영화감독인 토스카(막내딸). 세 자녀는 어머니를 “놀랍고 역동적이고 멋지다”라고 평가했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지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엄마 되기’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지요.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예의 없는 말투나 행동’에 ‘불관용 정책’을 폈습니다. 엄마나 다른 어른에게 인사를 잘 안 하거나, 식사 시간에 바르게 앉지 않거나, 다 먹은 음식 접시를 싱크대에 갖다놓지 않거나 하면 분명하게 지적과 꾸중을 했습니다. 이건 10명의 손자손녀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나만의 방침입니다.”

일론의 한 살 아래 남동생 킴벌(44)은 식당을 8개나 소유한 요식업 최고경영자(CEO)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다. 형과 함께 소프트웨어 업체 ‘Zip2’를 공동창업하기도 했다. 이 둘의 여동생 토스카(42)는 촉망받는 영화감독이다.

메이는 “우리 아이들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은 성취를 했고, 얼마나 훌륭한지 엄마인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세 아이 모두 착한 성품을 지닌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착하고 친절하라’는 정책을 잘 따라줬다는 설명이다. 또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특별히 뭘 잘해주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라고 했다. 한창 모델 일을 할 때는 아이들이 모델쇼 현장에 가서 숙제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엄마에 대해 세 자녀의 한결같은 평가는 “놀랍고 역동적이고 멋지다”는 것이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제 50세 생일 파티를 세 아이가 지내던 실리콘밸리에서 했는데 그때 아이들은 나에게 ‘목제 장난감 같은 자동차와 집’을 선물로 주면서 ‘엄마, 나중에 진짜 차와 집을 꼭 사드릴게요’라고 말했죠. 셋 모두 30세도 안 된 20대였어요.”

메이는 지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각각 집이 있고, 일론의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승용차로 몰고 다닌다. 그는 “전기자동차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조용하고 부드럽고, 마치 우주선 안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테슬라를 너무 사랑하게 됐다. 아들이 그 회사 CEO가 아니었더라도 (한번 타 보면)테슬라를 계속 애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요.

“모델로서, 영양학 전문가로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입니다. 특히 모델로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도시와 문화를 탐험하고 경험하는 걸 너무 좋아합니다. 아들(일론)이 유명인사지, 내가 유명한 모델은 아직 아니잖아요.”

경영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엄마 메이에 대해 조금만 제대로 알면, 그의 아들 일론에 대해 많은 걸 이해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메이가 자신의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은 자기소개서는 보통 이렇게 마무리된다. “제 여권과 여행가방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습니다. 68세지만 저는 지금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메트 갈라#met gala#테슬라#메이 머스크#페이팔 공동창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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