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팔씨름왕-정치달인”… 朴대통령 맞춤 멘트로 웃음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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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3당 원내지도부 회동]‘88분 회동’ 이모저모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마주 서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가 13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기에 앞서 마주 서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13일 오후 2시 57분부터 4시 25분까지 88분간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6명의 개인 특성에 따른 ‘맞춤형 인사말’로 웃음을 유도했다. 국정에 대한 책임이 무거워진 야당은 보다 진지한 태도로 논의를 진행했다.


○ 시인, 팔씨름 왕, 유재석까지 등장한 인사말


본회동이 시작되기 전 청와대 접견실에서는 4·13총선으로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맨 앞에 서 있다가 입장하는 박 대통령과 인사했고, 이어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순으로 대통령과 악수하며 담소를 나눴다. 4·13총선으로 달라진 정치 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 원내대표는 더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이 섞인 사선 무늬의 이른바 ‘협치 넥타이’를 맸고, 나머지 여야 원내지도부 5명은 자기 당을 상징하는 넥타이 패션을 선보였다.

박 대통령은 먼저 우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는 막 이렇게 싸우시는데 실제로는 등단 시인이시라고, 맞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변인 여러 번 하셨다고, 그래서 말씀을 굉장히 잘하시고…”라고 했고, 우 원내대표는 “잘하진 못하는데 정직하게 하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도 이렇게 시적으로 하면 어떨까, 잘 풀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게 된 정 원내대표에게는 “나도 (한나라당 시절)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참 고되고 힘든 자리”라며 공감을 표한 뒤 “팔씨름 왕이고, 무술 유단자시고…”라며 “어려움이 있어도 잘 버티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에게는 “국회에서 세 번째로 원내대표 맡으신 건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정책을 풀어 나가시는 데 달인같이 잘해 주실 것”이라고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3수 했다”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또 더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에게는 “노래 ‘갈무리’가 애창곡이시라고?”라고 물었고 변 의장은 “갈무리 잘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에게는 “진돗개를 대단히 사랑한다고 (들었다). 저도 진돗개 좋아하거든요”라며 진돗개를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에게는 국회의원 시절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방송인) 유재석 씨와 비슷하게 생기셨나요? 유 씨가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정책을 잘 매끄럽게 이끌어 달라”고 했다.

3당 체제가 되면서 참석자도 늘어 회동 시간이 2시간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채 1시간 반이 안 돼서 마무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주제를 짧은 시간 안에 다 할 수 있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충분히 대화했다”고 전했다.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밀도 있게 회동이 진행되다 보니 회동 시간이 짧아졌다는 후문이다. 각 참석자가 할 이야기를 미리 정리해 왔고, 상대방의 말에 이견을 제시하기보다는 경청을 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질문과 발언 내용을 미리 A4용지 2장에 적어 와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예전과 달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 달라’ 대신 ‘서비스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표현했다”며 “총선 이후 달라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 달라진 회동 분위기…뒷말도 원천 차단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그동안 다섯 번의 회동은 대부분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9월 16일 열린 첫 회동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논란으로 정국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22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 회동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2014년 7월 10일에 열렸던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만남은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세월호 관련법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해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회동으로 꼽힌다.

회동이 끝난 뒤 브리핑도 예전과는 달랐다. 청와대가 핵심 내용 및 박 대통령 발언을 브리핑하고, 각 당 지도부는 자신이 한 발언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명확히 나눠 진행했다. 회동 뒤에 각자 말이 달라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장택동 will71@donga.com·강경석 기자
#박근혜#회동#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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