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익 강해지면 한국은 中으로 기운다” “中 콤플렉스 못버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16시 40분


코멘트
고(故)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이 기획한 ‘미국과 대화하는 한중일’ 세미나가 12일 오후 6시 도쿄 국제문화회관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제럴드 커티스 미국 콜롬비아대 명예교수, 주젠룽(朱建榮) 도요가쿠인(東洋學園)대 교수,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이시카와 요시미(石川 好) 작가가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을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해 한중일의 외교정책, 안전보장 등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폭넓게 토론했다.

●“한국은 일본내 우익이 강해지면 중국 편으로 기운다”

박철희 교수는 일본내 우익이 강해지면 한국이 중국 편으로 기우는 현상을 지적하고 일본이 자국의 자긍심을 위해 주변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면 지역 안정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동아시아는 중국의 대두에 대한 대응이 제각각”이라며 일본은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위협, 견제대상으로 보고 대항적 스탠스를 취하는 반면 한국은 최근 2~3년간 너무 접근하는 모양새였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 한미일의 연대가 강화하는 현상을 언급하고 한국은 중국이 북한을 비판하면 중국에 친근감을 느끼고 북한과 가까운 태도를 취하면 엄혹한 시선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동아시아에서 북한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급성장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콤플렉스 버리지 못해”

주젠룽 교수는 중국은 급성장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정신은 과거 미국과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을 버리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제 자리를 찾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에 대해 버블붕괴와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며 내향화 보수화됐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유학하던 1980~90년대 일본에는 여유와 꿈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관심을 ‘중국 대책’에만 쏟고 있다는 것.

그는 “한국과 중국은 모두 일본인이 스스로를 보는 것보다 일본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고 군국주의화에 대한 경계심도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정치가들이 아무 생각 없이 가벼운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지더라도 ‘트럼프 현상’은 남을 것”

커티스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안정과 밸런스’라며 워싱턴에서 한중일간 역사문제로 인한 갈등은 ‘유통기한이 지난 문제’로 치부되지만 이를 이유로 지역 안정을 해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또 미국 대선에서 설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더라도 ‘트럼프 현상’은 남을 것이고 미국은 과거보다 동맹국의 부담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짐을 나누면 힘도 나눠야 하는데 미국은 힘을 나누는 데 익숙지 않고, 동맹국은 리스크를 지는 데 익숙지 않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에서 과거에 없던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은 핵보다 무서운 북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될 것으로 봤다.

나아가 중국이 급성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지만 힘에 걸맞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 용인받기 어렵다며 남중국해 사례를 거론했다. 일본에는 지나치게 중국위협론이 팽배하다며 중국에 대한 ‘봉쇄’보다는 ‘관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널들은 세계사적으로도 이웃 국가가 사이좋은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상대를 나쁘게만 보기 시작하면 의심이 증폭돼 결국 전쟁으로 간다며 평소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특히 각국 젊은 세대간의 소통에 기대를 걸었다.

●와카미야 전 주필이 남긴 ‘한중일 연대의 재발견’

이날 행사는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에서 급서한 고 와카미야 주필에 대한 추도의 자리를 겸했다. 그는 당초 이 행사의 사회를 맡기로 했었다. 패널들은 각기 고인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갑작스런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행사장에는 고인이 29일 베이징에서의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려던 원고를 인쇄한 ‘와카미야 씨와 한중일’이라는 소책자가 배포되기도 했다. 원고에서 와카미야 전 주필은 한중일이 국적을 뛰어넘은 신문을 만드는 자신의 꿈을 털어놓았다.

이날 행사에는 와카미야 주필의 유족도 참석했다. 행사 말미에 부인 리에코 씨(理惠子)는 “남편이 지금 기뻐하며 지켜보고 있을 거다. 아마 본인도 뭔가 말하고 싶어 들썩이고 있을 것”이라며 “오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오카와라 아키오(大河原昭夫) 국제교류센터 이사장은 “오늘 이 자리가 고인에게 좋은 공양이 됐으면 한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2014년부터 부정기로 열어온 ‘그러니까 한중일-연대의 재발견’ 연속세미나의 일환으로 이번이 8회째다. 일본 국제교류센터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후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