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우선주의’에 민주당원도 환호… WP “세계 재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트럼프 쇼크]미국인 과반 “국내문제 집중해야”
민주 유권자 47% “아메리카 퍼스트”… 살림 팍팍한 서민들 ‘폐쇄정책’ 지지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5일(현지 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최악의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가 162년 전통의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안보와 경제 분야 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중산층 이하의 민심을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모토를 내세워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1990년 출범한 퓨리서치센터는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와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워싱턴의 대표적 무당파 여론조사기관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공화 민주 가릴 것 없이 미국인의 과반이 이제 미국은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한 점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관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57%는 ‘국내 이슈 해결에 신경 써야 하며 다른 나라 문제는 그들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다른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20%포인트나 더 많은 미국인이 이제 미국은 국내 경제와 대(對)테러, 교육 문제 등의 해결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트럼프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한국 등 동맹국들이 안보 문제를 자체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비단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 62%, 민주당 유권자 47%가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본선에서 민주당 또는 무당파 성향 유권자들 중 일부가 얼마든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동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 분야만 들여다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뚜렷하다.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 관여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44%만 찬성했고 반대는 49%로 5%포인트 더 많았다. 퓨리서치가 3년 전인 2013년 10월에 한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66%가 ‘미국이 새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찬성했고 불과 25%만 ‘불확실성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다.

캐럴 도허티 퓨리서치센터 정치연구실장은 “거시지표에선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에선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삶이 팍팍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중국, 인도 등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연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미국이 맺은 글로벌 무역협정의 전면 개정 및 폐기를 주장하는 데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이 열광한 것을 보면 이번 조사 결과와 맥락이 닿아 있다.

퓨리서치 조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본선 대결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까지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경력을 바탕으로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를 외교 이슈에서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조사에선 ‘외교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6%는 공화당을, 38%는 민주당을 골랐다.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외교 이슈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문제도 공화당(45%)이 민주당(41%)보다 잘 해결할 것으로 나왔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미국인들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으며 여론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미국우선주의#미국대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