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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획]버섯-돼지 키우는 요령 알려주니…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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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획]버섯-돼지 키우는 요령 알려주니…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세형기자 입력 2016-05-07 03:00수정 2016-05-07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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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민간 개발원조 현장 가보니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초등학교(한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친 것) 여학생들이 지난달 8일 여성의 권익과 올바른 이성 교제, 학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13∼18세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굿시스터스’ 활동은 이 나라에 만연한 조혼 풍습을 없애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인 개발원조의 모델로 꼽힌다. 2009년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글로벌 기버(global giver)클럽’의 일원이 됐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것이다. 한국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개발이슈’를 주요 의제로 내놓았다. 다음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는 개발원조의 질적인 전환을 모색했다. 국내 비정부기구(NGO)가 주도하는 개발원조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기구나 정부 차원의 활동보다 현장 밀착형으로 진행되고 현금이나 물품보다 지식과 노하우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에서 빈곤 퇴치와 여성개발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굿네이버스 활동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말라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73달러(약 31만1220원·2015년·국제통화기금 기준)밖에 안 된다.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광물자원도, 관광객을 끌 만한 자연도 없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많은 성인이 역시 ‘가난한 나라’인 근처 탄자니아나 모잠비크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도시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선 새로 온 사람이 유독 초라해 보이면 “말라위에서 왔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다.

국가 수입의 40%를 국제원조에 의존

지난달 4일 오후 2시경 말라위 수도 릴롱궤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무뚝뚝한 말투로 눈도 안 마주친 채 “왜 말라위에 왔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한국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을 보러 왔다”고 답하자 공무원은 살짝 웃으며 “환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며 힘 있게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찍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말라위가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지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수입의 40%가 국제기구와 국제 NGO로부터 나온다.

릴롱궤 국제공항을 벗어나자 이 나라가 국제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 옆으로 세워진 집은 대부분 흙으로 만들었다. 출입문과 창문도 제대로 달려 있지 않고 집 벽 일부는 부서진 경우가 많았다. 소와 염소 배설물이 집 앞에 치워지지 않은 채 놓여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깨끗한 옷을 입었거나 신발을 신은 이는 드물다. 농촌지역 주민 중 많은 수는 소규모 옥수수 농사를 중심으로 자급자족 혹은 물물교환을 통해 생계를 이어간다.

릴롱궤 도심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치오자’ 지역도 흙집이 죽 세워져 있는 모습은 평범한 말라위 시골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이곳 농부들은 옥수수밭 외에도 버섯 재배시설과 돼지 축사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공동 곡식저장창고를 만들어 수확한 옥수수와 콩 등을 보관하는 마을도 있다.

낙후지역 자립 돕는 소득증대사업

말라위 치오자 지역 농부들이 갓 수확한 옥수수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체계적인 옥수수 재배법을 전수받아 수확량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민간 국제구호 NGO인 ‘굿네이버스’가 2011년부터 주민 소득증대사업을 벌이면서 나타난 변화다. 굿네이버스는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배우기 쉽고 효과도 큰 버섯 재배(90가구)와 양돈사업(372가구)을 도입했다. 또 옥수수 재배(869가구)와 콩 재배(155가구) 교육을 진행해 수확량을 늘리고 있다. 이런 소득증대사업에 참여하는 집들은 연평균 소득이 이전보다 120∼500달러 늘었다.

주민 윌슨 서플라이 씨(38)는 5년 전만 해도 가족들이 겨우 먹고살 만큼의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 연소득은 50∼6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버섯 재배를 하면서 윤택해졌다. 현지에서 고가 농산물로 꼽히는 버섯 재배법을 잘 배운 서플라이 씨는 꾸준히 생산량을 늘렸고 지난해에는 연소득이 500달러를 넘었다. 서플라이 씨는 “버섯 재배를 시작한 뒤 집을 새로 지었고 아이들의 책이나 학용품도 어려움 없이 사고 있다”며 “버섯 재배를 더 늘리고 돼지 사육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돈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스태퍼드 치골리 씨(40)도 이전에는 수입이 없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연소득이 600달러나 된다. 치골리 씨는 “좋은 돼지 종자를 공급해주는 건 물론이고 어떻게 키워야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지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줬다”며 “양돈사업에 참여한 가정은 모두 소득이 크게 늘었다”며 만족해했다.

소득 늘어나자 교육에 관심 커져

소득이 늘어난 주민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한 또 다른 변화는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학비와 교복과 학용품 구입비용이 버거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았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소득이 늘면서 ‘교육 투자’란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 굿네이버스가 지원하는 치오자 지역에선 중학교 졸업률이 남자 95%, 여자 80%에 이른다. 말라위 전체로는 초등학교 졸업 비율이 남자 75%, 여자 74% 선이다.

예사야 파이손 치오자 굿네이버스 지역개발사업장 대표는 “주민 중 아이들의 대학교육을 위해 장기 저축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고 교사와 학교 시설을 늘리자는 요구도 많아졌다”며 “지금 같은 교육열이 이어지면 아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가능성도 커지고 빈곤의 악순환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특히 여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2년부터 13∼18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굿시스터스(좋은 자매들)’란 여성권익 증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목표는 현지의 오랜 풍습인 조혼(早婚) 문화를 없애는 것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말라위 여성의 49.6%가 18세 미만에 결혼한다. 이 중에는 남자친구를 사귀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NGO 손으로 아프리카 여성 힘 키워

굿시스터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학생들은 주기적으로 학교에 모여 △교육의 중요성 △조혼의 폐해 △바람직한 이성 교제 등을 토론하고 지역사회에서 관련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부족한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수 있는 천으로 된 생리대를 만들기도 한다.

현지 여성인권보호 NGO에서 활동 중인 로마틴다 음테마 씨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 가정 내 보건위생이 개선되고 아이들 교육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며 “여성교육은 파급력이 커 사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로 말라위 정부는 지난해 미성년 여성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조혼금지법을 제정했다. 아직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계도가 현지법을 바꾼 성공적인 사례다. 말라위 정부는 최근 공익광고 등을 통해 ‘여성을 교육하는 건 국가를 교육하는 것’이라며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지에선 한국 NGO가 개발원조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금이나 물품 지원이 아닌 경제적 자립을 돕고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는 개발원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말라위 여성아동복지부에서 치오자 지역을 담당하는 크리스토퍼 카난자 팀장은 “소득증대사업과 여성교육은 주민들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이 향후 과학기술과 직업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돈-물건만 지원해선 한계… 자립 기술 가르쳐주는 게 진짜 원조”▼
 
창립 25주년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

 
말라위를 비롯해 세계 35개국에서 개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이일하 회장은 “현지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모금 활동과 사업 개발도 다양한 지역과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으로 큰 상처를 입은 나라를 돕는 것이 한국형 개발원조의 독특한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회장(69)은 지난달 8일 말라위 치오자에서 기자와 만나 “내전을 경험한 나라가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이기고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과 안정을 이룩한 한국은 특별한 롤 모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6·25전쟁을 극복하고 일어선 한국이 전쟁의 고통을 겪는 나라를 앞장서 돕는 것은 국제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움을 받는 나라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1991년 한국이웃사랑회로 출발해 올해로 창립 25주년이 된 굿네이버스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공인한 국제 비정부기구(NGO)다.

연간 모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00억 원을 넘는다. 말라위를 포함해 네팔, 칠레, 케냐 등 35개국에서 지역개발과 취약계층의 권리 보호, 사회적기업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6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그는 “아프리카에는 경제적으로 자립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단순히 돈과 물품을 지원해주는 건 효과가 없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의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고 교육과 보건의료 수준을 높이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벌인다. 최근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도록 지역 자치활동이나 공동기금 마련 사업도 적극 돕고 있다.

이 회장은 “‘굿네이버스는 영원히 남아 있는다’란 문화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가 도움을 준 지역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와 국제 NGO들 중 상당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당 지역에서 떠나지만 이 단체는 계속 남아 관계를 유지하며 새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한국의 개발원조 활동에 대해선 “아직도 개발원조에 대한 관심이 적다. ‘시리아 난민 사태’만 해도 지원 열기가 생각보다 별로다”라며 아쉬워했다.

 
치오자·릴롱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프리카#말라위#굿네이버스#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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