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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나는 내 운명의 주인’ 인빅터스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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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나는 내 운명의 주인’ 인빅터스 경기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6-05-07 03:00수정 2016-05-07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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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1849∼1903)는 열두 살 때 결핵균이 뼈 속에 침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이 고통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빅터스’란 짤막한 시의 소재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인빅터스’는 정복되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다.

▷‘인빅터스’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가 애송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란 구절을 되뇌며 스스로를 담금질해 지옥 같은 절해고도(絶海孤島)의 감옥생활을 견뎌냈다. 반면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이 시를 들먹인 사람도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파범 티머시 맥베이는 2011년 사형집행 직전 최후진술을 대신해 이 시를 남겼다.

▷헨리의 시에서 이름을 딴 국제상이군인체육대회가 내일 미 올랜도에서 개막한다. 영국 해리 왕손의 주도로 2014년 런던에서 제1회가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해리 왕손은 음주, 누드파티 사진으로 악동 이미지가 강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도 앞장섰다. 2006년 소위 임관 이후 작년 제대할 때까지 왕실의 만류에도 아프간의 탈레반 거점지역 등에서 복무했다. 상이군인의 아픔을 뼈저리게 공감한 것이 인빅터스 창설로 이어졌다. 올 대회에는 15개국 500여 명이 참가하는데 그 속에 한국은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최근 인빅터스 게임을 테마로 한 동영상을 선보였다. “해리 왕손, 승부는 시작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트위터와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해리 왕손은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동원한 코믹 동영상으로 맞불을 놓았다. 트뤼도 총리는 한 팔로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하며 “캐나다는 준비됐다!”고 외쳤다. 정상이 나서 상이군인체육대회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며 응원하는 모습이 부럽다. 지난해 목함 지뢰에 다리를 잃은 두 하사가 문득 떠오른다.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헌신과 희생, 고통을 우리가 바쁜 일상을 핑계로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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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인빅터스#넬슨 만델라#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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