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매물 봇물… 새 주인 찾기는 ‘글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 건설사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동부건설, 경남기업 등 덩치가 있는 건설사들까지 시장에 나오는 등 모처럼 ‘큰 장’이 서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업황이 여전히 불투명해 순조롭게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라마이다스(SM)그룹은 최근 법정관리 중인 성우종합건설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하고 2일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현대시멘트의 자회사로 범현대가 기업인 성우종합건설은 2010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시설 파이시티의 시공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파산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201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근 반년 새 중견 건설사가 새 주인을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세운건설의 극동건설 인수, 3월 호반건설의 울트라건설 인수에 이어 세 번째다.

매각 본입찰을 눈앞에 둔 건설사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7위인 동부건설은 10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가는 2000억∼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주택 브랜드 ‘센트레빌’의 인지도가 높고, 토목과 플랜트 사업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앞선 예비 입찰에서 호반건설, 유암코(연합자산관리), 파인트리자산운용 등 9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시공능력평가 65위인 동아건설산업도 11일 본입찰을 통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옛 동아그룹 임원 출신들이 주축이 된 신일컨소시엄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능력평가 29위인 경남기업도 지난달 29일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으로 채무 리스크를 해소해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제1호 건설업 면허업체인 삼부토건도 4곳이 LOI를 제출한 상태다. 11일까지 예비 실사를 거친 뒤 18일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생의 걸림돌로 작용됐던 서울 역삼동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 매각에 성공해 부채를 줄이게 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 외에도 우림건설, STX건설 등도 매각 절차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거푸 실패했던 건설사 M&A가 최근 다시 활발해진 것은 지난해 주택 경기 호황으로 적잖은 현금을 쌓은 호반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면서 인수 가격이 낮아진 점도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건설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데다 건설사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M&A 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부터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이 적용되면서 새로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물은 쌓여 있지만 인수에 나설 만한 큰손은 한정돼 있어 제값을 받고 매각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건설사#m&a#법정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