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위기보고서]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은 게임업계, 피해자 코스프레는 답이 아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5월 2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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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개인 방송 업체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PD수첩에 대한 욕설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 29일 아프리카TV가 진행한 아프리카TV BJ들과 임직원이 함께 하는 단합대회 중 벌어진 일로, 서대표는 단합대회 진행 중 단상에 올라 "PD수첩 OO놈들이 뭐라고 하든 X까" 등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으며 PD수첩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단합대회는 방송이 예정된 행사가 아니었으나, 현장에 참석한 BJ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단합대회를 중계하면서 서대표의 욕설이 인터넷에 고스란히 공개됐다.

아프리카 TV 로고 (출처=아프리카TV)
아프리카 TV 로고 (출처=아프리카TV)

서대표가 PD수첩에 대해 욕설을 퍼부은 것은 PD 수첩이 지난 4월 12일 '1인 인터넷방송의 늪' 편을 방송하면서 BJ들의 선정, 가학적인 방송의 위험성을 지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방송에서는 아프리카TV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 업체가 아프리카TV이고, 아프리카TV의 가상화폐인 별풍선이 노출되는 등 사실상 아프리카TV를 겨냥한 내용들이 다수 공개됐다.

공개된 서대표의 음성을 들으면 욕설 이후에 "이렇게 욕을 할 수 있는게 아프리카TV에요. 근데 특정인을 향해 욕하면 비방이야. 절대 기죽지마. 여러분은 소중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이다. 오늘 이 자리가 그걸 확인하는 자리"라며 PD수첩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듯의 뉘앙스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욕설의 충격을 무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욕설만 따로 편집돼 커뮤니티에 뿌려지면서 욕설 이후 발언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사전 검수 없이 바로 송출되는 아프리카TV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결과다. 아프리카TV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PD 수첩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정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행사가 공식적인 방송이 없는 관계자 대상 행사였고, PD수첩이 노골적으로 아프리카TV를 겨냥한 공격적인 방송을 해서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고는 하나, 서대표의 막말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아프리카TV 대학 e스포츠 후원식 현장 (출처=게임동아)
아프리카TV 대학 e스포츠 후원식 현장 (출처=게임동아)

분명 아프리카TV를 통해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고, e스포츠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긴 하다. 하지만, PD수첩에서 언급된 것처럼 선정, 가학 방송 등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그것을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인터넷 개인 방송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다.

사실상 인터넷 개인 방송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게임업계도 이번 사태를 남의 일이라고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게임 과몰입,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지만, 게임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각종 규제로 인해 힘들다는 피해자 코스프레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20대 아버지가 생후 2개월된 자녀를 숨지게 하는 등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게임과몰입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열린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를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하는지 구체적인 연구 결과나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문제의 핵심은 외면한 채 규제로 인해 산업 위축이 우려된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우택 제19대 국회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출처=정우택 의원 페이스북)
정우택 제19대 국회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출처=정우택 의원 페이스북)

또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회위원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는 자율규제안을 90%에 가까운 게임들이 꾸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90%나 되는 게임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10%나 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자율규제안을 지키고 있다는 90%의 게임들도 영업비밀이 공개된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확률 공개를 하지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영업 비밀이 아니라 돈을 쓴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결과물이지만, 확률 공개라는 단어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현재 모든 소비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를 불만족스러워 한다는 현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19대 국회에서는 일정상의 문제로 인해 폐기됐지만,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4선에 성공하면서 20회 국회에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될 확률이 높아졌다. 그 때는 게임업계의 자율규제안이 방패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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