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마트 “책도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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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 제1야전수송교육단 사병들이 20일 부대 내 마트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이들은 “간식을 사러 마트에 올 때 무슨 책이 있는지 자주 살펴본다”고 말했다. 홍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강원 홍천군 제1야전수송교육단 사병들이 20일 부대 내 마트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이들은 “간식을 사러 마트에 올 때 무슨 책이 있는지 자주 살펴본다”고 말했다. 홍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군대에서 책을 팔기 시작해서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20일 찾은 강원 홍천군 제1야전수송교육단 마트. 오형석 상병(21)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신 책장을 살폈다(육군은 PX, 공군은 BX로 불리던 부대 내 매점 이름은 마트로 통일됐다). 책장에는 ‘마션’ ‘밤의 파수꾼’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시민의 교양’ 등 신간이 많이 꽂혀 있었다.

전국 1200여 개 부대는 군인 복지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00종이 공급되며 10% 할인한 가격에 판다. 부대 내 진중문고에서 책을 빌려 볼 수 있지만 신간은 거의 없었다.

“휴가 때 책을 사오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부대로 주문해 봤는데 이제 바로 살 수 있어서 편합니다.”(정민제 상병)

이들은 입대 후 독서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대 전에는 영화 보고 컴퓨터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두 권은 꼬박꼬박 봅니다.”(김무진 상병)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인 ‘마션’이다. 올해 2만 권이 팔렸는데 군대에서 소화된 물량이 5000권이나 된다. ‘가면산장 살인사건’ ‘오사카 소년 탐정단’ ‘헝거게임’ 시리즈, ‘맏물 이야기’ 등 장르소설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전쟁의 물리학’ ‘이기적 유전자’ 등 묵직한 책을 찾는 장병도 적지 않다.

이 부대에선 매달 장병에게 독후감을 받아 시상한다. 박기진 일병(21)은 지난달 ‘마션’ 독후감이 2등으로 뽑혀 외박 포상을 받았다. 1등에게는 3박 4일 휴가를 준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보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독후감을 더 쓰고 싶어졌습니다!”

1500명이 복무하는 이 부대에서는 1분기(1∼3월)에 책 4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이병∼병장의 월급이 14만∼19만여 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국군복지단에 따르면 1분기에 전국 부대에서 팔린 책은 모두 6만 권에 이른다.

출판사도 반색하고 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괴수전’은 군에 1500권을 공급한 후 추가로 1500권을 더 보냈고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도 1400권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초판을 보통 1000∼2000권 찍는 걸 감안하면 부대 내 판매량이 적지 않다. 박설림 재인 대표도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가면산장 살인사건’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모두 3000권 넘게 들어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잡지와 토익 책, 운전면허나 컴퓨터 자격증용 수험서 등 현재 들어오지 않는 실용서적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지게차 필기시험을 봤는데 휴가 때 책을 사 와서 공부했습니다. 국가기술자격증을 무료로 딸 수 있어 다들 자격증 준비를 많이 하는데 관련 신간이 있었으면 합니다.”(오 상병)

“해외 축구나 자동차 관련 잡지를 관심 있는 사병끼리 공동구매해 돌려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정 상병)

 
홍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군부대#책#px#부대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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