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대륙으로 달려간 젊은 열정… ‘제2 바이두’ 부푼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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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희망이다]
[1부 글로벌 챌린지의 현장]<4>中시장 개척나선 한국 스타트업

“中시장 잡아라” 26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3W 카페’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투자설명회에서 한국 
최초로 미세전류발생기(EMS) 슈트를 개발한 ‘코어무브먼트’ 스타트업팀이 직접 슈트를 착용해 효과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반려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목에 찰 수 있는 반려견용 LED밴드를 개발한 ‘네오팝’ 홍석현 이사(왼쪽)가 중국 
투자자(오른쪽)와 일대일 상담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베이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中시장 잡아라” 26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3W 카페’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투자설명회에서 한국 최초로 미세전류발생기(EMS) 슈트를 개발한 ‘코어무브먼트’ 스타트업팀이 직접 슈트를 착용해 효과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반려견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목에 찰 수 있는 반려견용 LED밴드를 개발한 ‘네오팝’ 홍석현 이사(왼쪽)가 중국 투자자(오른쪽)와 일대일 상담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베이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벌써 땀이 나는 게 보이죠? 우리가 한국 최초로 개발한 미세전류발생기(EMS) 슈트는 20분 운동으로 6시간 운동 효과를 내 바쁜 중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입니다.”

26일 오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 창업거리에 위치한 ‘3W 카페’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투자설명회(IR). ‘코어무브먼트’의 김명철 대표(35)가 직접 EMS 슈트를 입고 스쿼트 자세를 잡았다. 슈트가 근육에 주는 자극으로 김 대표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목덜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자 참석한 중국 투자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연을 마친 김 대표는 “중국도 한국처럼 운동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 EMS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직접 제품을 개발해 현지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IR는 KOTRA 베이징무역관과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중 스타트업 파트너링데이’ 행사 중 하나다. 중국 벤처캐피털 40여 곳의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 14개 업체 청년들의 열정을 지켜봤다. 이날 행사에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KOTRA, 우리은행 중국유한공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3회 청년드림 중국 창업경진대회 본선 진출자들도 참석해 IR 전 과정을 보고 배웠다.
○ 중국에서 창업 꿈꾸는 한국 청년들

중국 현지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은 “옛날 중국이 아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과거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싼 제조단가가 매력적이었지만 품질이 떨어지고 외국인이 창업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명구조 드론 스타트업 회사 ‘숨비’의 박성열 과장(32)은 “중국은 곳곳에 하드웨어 공장이 집적돼 있고 세계의 여러 회사를 상대해본 경험이 많아 생산 조건이 한국보다 유연하다. 생산 시간이 과거보다 빨라졌고, 질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통상 스타트업 IR에서 각 회사에 주어진 시간은 약 10분. 청년들은 이 짧은 시간에 중국 현지 투자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한국식 메이크업 노하우 콘텐츠를 제공하고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클레오파트라’의 김상진 대표(36)는 IR 하루 전날 중국어로 작성한 대본을 외우느라 밤을 꼴딱 새웠다. 김 대표는 “동시통역은 뉘앙스나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어 중국어로 작성한 A4용지 3장짜리 분량의 발표문을 통째로 외웠다. 중국 투자자를 만나 반드시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 안정된 대기업 나와 ‘차이나드림’ 도전


중관춘은 중국 대표 스타트업 기업의 집결지이자 청년 창업의 중심지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와 중국 1위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 컴퓨터·스마트폰 기업 ‘레노버’ 모두 이곳에서 시작해 성장했다. 지금은 스타트업 투자회사, 창업지원기관 사무소들도 모여 있다.

이날 IR가 열린 3W 카페는 2012년에 탄생한 중관춘의 대표적인 ‘창업 카페’. 1인 창업자들이 업무를 보고 동료와 투자자들이 만나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다.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사무실, IR 행사장, 멘토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 청년들도 이곳에 모여 중국 청년들과 함께 ‘제2의 샤오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날 IR에 나선 김상진 대표와 반려견용 사물인터넷(IoT) 제품 개발회사인 네오팝의 서영진 대표도 안정된 한국 대기업을 다니다가 창업에 도전한 케이스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부품처럼 일하기보다 작더라도 직접 기획한 서비스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기섭 창조경제추진단 선임전문위원은 “중국 경제가 뉴노멀시대(중속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중국 정부가 돌파구를 청년창업으로 삼고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한다”며 “한국 청년들이 중관춘의 생태계를 활용해 중국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금이 중국 진출의 골든타임


이날 오후 열린 중국 투자자와 한국 스타트업 회사의 1대1 상담회. 온라인 남성복 맞춤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 업체 ‘십분정제(十分定制)’ 부스에 중국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본보와 KOTRA, 우리은행 중국유한공사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청년드림 중국 창업경진대회에서 1등상을 받았다. 지난해 6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도 받았고 이달 말 중국 법인도 세웠다. 박민수 십분정제 대표(35)는 “10억 원이 필요했는데 한 중국 투자자가 ‘20억 원 정도는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인수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중국 투자자들은 초기 스타트업도 가능성이 보이면 과감히 투자한다”고 말했다. 모듈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로봇을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럭스로보’ 부스에는 “특허와 핵심 기술뿐 아니라 팀원 전체를 사고 싶다”는 ‘통 큰’ 바이어가 찾아오기도 했다.

현지 대표 창업보육기관인 치디S&T의 왕충충(王聰聰) 매니저는 “미국 창업시장은 아주 혁신적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제품의 격이 지나치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먼저 제품을 내놓고 품질을 점차 개선하는 식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네오팝의 홍석현 이사는 “한국 스타트업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리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해외 IR에 참석한다”며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바이두#스타트업#차이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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