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워준다더니… 고마운 아저씨가 늑대로 변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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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가출소녀 11명 유인… 숙박 대가로 성매매 강요
‘손님’ 안받으면 손해배상까지… 법원, 강간등 혐의 30대 17년刑

겨울은 추웠다. 집을 나온 나(15·여)는 지난해 1월 광주 동구의 한 PC방에서 네이버 가출 관련 카페에 접속했다. 나는 또 다른 가출 언니인 나연(가명·17)과 함께 ‘숙소를 제공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류모 씨(18)가 1월 22일 연락을 했다. 가출한 사람들이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일하며 함께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하의 날씨를 지나 잠시 따뜻한 날이었다. 류 씨가 서모 씨(34)와 함께 차를 몰고 광주로 왔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한 원룸 건물 2층의 작은 원룸으로 데려갔다. 나 이외에도 13세부터 17세까지의 여자 청소년 10명이 들어왔다. 우린 이른바 가출팸(‘가출’과 ‘패밀리’를 합성한 단어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단)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가출팸을 만든 아저씨인 서 씨가 숙소에서 지내려면 성매매를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그는 ‘1일 2회 조건만남을 하고 1일 2회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1회분의 생활비를 차감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먹고살 곳이 없었다. 그는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불과 5개월 동안 나는 경기 파주시, 의정부시, 수원시를 서 씨와 함께 다니며 200명의 낯선 남자들에게 성매매를 했다. 그는 내가 한 번 몸을 팔 때마다 15만∼20만 원을 받았다. 가출팸에 함께 있던 다른 언니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함께 울었다.

나는 서 씨로부터 성폭력도 당했다. 처음엔 성매매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연습해야 한다며 강제로 했다. 고향 집은 너무 멀었다. 반항할 힘도 없었다. 그는 내 몸 구석구석을 유린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나의 나체 사진을 찍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십 차례 성폭력이 일어났다. 몸이 아팠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경기도 일대에서 거처를 옮겨 다니며 가출한 여자 청소년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유인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 씨에게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서 씨는 이 기간에 13세부터 17세까지의 가출한 여자 청소년 11명에게 강요해 총 1022회 성매매 하도록 하고, 본인이 직접 90여 회에 걸쳐 이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서 씨는 가출 청소년을 유인해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하고 피해자들을 강간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사회로부터 오랜 기간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이 기사는 피해를 당한 여성 청소년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가출팸#성매매#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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