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살균제 옥시 OUT” 주부들 불매운동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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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사태 조작-은폐로 한국 우롱”… 제품목록 SNS 퍼나르며 “쓰지말자”
일부 마트선 할인판매로 재고 처분… 檢, 26일 前대표 피의자 신분 소환
첫 개발-제조 연구원들도 조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37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제품을 바닥에 내던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37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제품을 바닥에 내던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를 상대로 피해자와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자사 제품 탓에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내놓지 않고 꼼수를 부리자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소비자단체협의회 등 37개 시민단체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불매운동은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 146명 중 가장 많은 103명(70.5%)을 죽음에 이르게 한 옥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이번 소비자 불매운동은 기업을 믿었다가 가족의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는 소중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경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옥시는 한국에서 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이라는 뜻의 은어)으로 생각한다”며 “기업들이 법적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까지 옥시 제품 구매를 중단하고 보유하고 있는 제품도 폐기하자”고 호소했다.

소비자들은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은주 씨(57·여)는 “욕실 청소에 평생 ‘옥시크린’ 표백제를 써 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옥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검사 결과를 조작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모습을 보고 불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옥시가 만든 제품 목록과 이를 대신할 다른 회사 제품 목록이 퍼지고 있다.

옥시가 영국계 기업이라는 점도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바글바글 끓다가 금세 시들어 버리는 ‘냄비 근성’ 때문에 한국 소비자가 무시당한 것인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이현경 씨(33·여)도 “엄마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물이냐’는 말도 나온다”며 “이런 기업을 움직이려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업계도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모 씨(64)는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 매상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옥시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 할인 행사나 끼워 팔기로 재고를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할인 마트에서는 벌써 옥시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6일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68)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신 전 대표는 옥시가 2001년부터 유해성 의혹이 제기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 성분이 원료가 된 문제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을 제조·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검찰은 신 전 대표를 제품 개발을 지시한 핵심 인물로 보고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게 된 경위와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검찰은 또 가습기 살균제 최초 개발과 제조에 관여했던 핵심 관계자인 최모 전 옥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김모 전 옥시연구소장도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과실 유무를 조사한다. 검찰은 혐의가 구체화되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 및 치상 혐의 적용을 심도 깊게 검토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함을 알고도 제품을 판매했다면 살인의 고의가 성립되는데 사람을 죽이기 위해 판매했다는 정황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며 살인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팀은 옥시 관계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가해 업체 조사도 차례로 진행한다.

홍정수 hong@donga.com·신나리·김호경 기자
#가습기#살균제#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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