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가상화폐 어떤 게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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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009년 첫 등장… 오프라인 10만곳서 사용
이더리움 가치 2016년 들어 12배 올라… 한국에도 거래소

대학생 A 씨(26)는 요즘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14년 한 대학 설명회에서 얘기를 듣고 산 ‘이더리움(Ethereum)’의 가격이 수백 배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시 A 씨는 또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60만 원어치로 이더리움을 샀다. 자신의 현금을 하나도 동원하지 않고 2년간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현금 없는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물들 중 하나다.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지만 결제 기능을 갖고 있는 데다 요즘은 투자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가상화폐의 이용이 확산되면 이는 기존 지폐와 동전의 퇴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처음 주목받은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었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인물이 2009년 개발한 비트코인은 ‘미래의 화폐’라는 극찬을 들으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트코인은 해외에서 이를 전담하는 거래소와 자동입출금기(ATM)까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규제에 막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그러나 벌써 세계 10만여 곳의 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최근 가격 폭등으로 새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더리움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21)이 2014년 개발한 가상화폐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블록이 모여 정보의 사슬을 이룬다는 뜻의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비트코인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형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구매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채굴’하는 방법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에도 이더리움을 다루는 거래소가 생겼다.

이 같은 가상화폐가 현금을 완벽히 대체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화폐로서 가치의 안정성이 도마에 오른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의 가치가 200∼450달러를 오르내렸다. 2013년에는 1BTC가 1000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이더리움 역시 올해 초만 해도 1달러 수준이었던 1이더(이더리움의 화폐단위)의 가치가 최근에는 12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가격 변동이 실물 화폐에 비해 지나치게 심한 것이다.

각종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2014년에는 미국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트코인은 또 온라인 환경에서 익명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테러 자금이나 뇌물 등 ‘검은돈’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에는 금융감독원이 가상화폐를 사칭한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조만간 도래할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해 한국도 가상화폐의 법적인 위상에 대한 논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가상화폐도 화폐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정부도 판단을 무작정 보류할 게 아니라 산업 발전을 위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가상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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