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 13조 中상류시장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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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권 보령메디앙스 대표

박세권 보령메디앙스 대표가 자사 대표 브랜드인 B&B의 유아 전용 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소개하며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세권 보령메디앙스 대표가 자사 대표 브랜드인 B&B의 유아 전용 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소개하며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의 유아용품 업체들은 199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어요. 부모들 눈높이는 점점 높아지는데 안일했던 거죠. 국내에서는 해외 브랜드에 밀렸고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도 더뎠습니다.”

18일 만난 박세권 보령메디앙스 대표(54)는 냉정했다. 보령메디앙스는 유아 전용 세제와 젖병 간식식품 의류 등 다양한 유아용품을 생산한다. 보령메디앙스 외의 토종 유아용품 업체 중에는 외국 자본에 넘어가거나 아예 사라진 곳이 많다. 박 대표의 분석처럼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출산율 저하로 유아용품을 사는 소비자가 줄었다.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국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늘어났다. 불황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아용품 업계를 대표하는 보령메디앙스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난국을 돌파하고 미래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박 대표가 지난해 4월 영입됐다. 그는 28년 동안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삼성전자에서 24년간 마케팅, 영업 일을 했고 나머지 4년은 호텔신라에서 면세점 업무를 담당했다.

박 대표는 해외시장 공략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곳은 중국이었다. 박 대표는 “한국산 제품을 살 가능성이 큰 중국의 소득 상위 20%를 보면 약 13조 원의 유아용품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2조 원 이하로 추산되는 한국 전체 유아용품 시장의 6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일본, 유럽 업체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성과는 대단히 긍정적이다. 유아용 세제와 섬유유연제 등을 만드는 브랜드인 B&B는 중국 온라인 최대 쇼핑 행사로 자리 잡은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에서 지난해 2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20% 성장한 것이다. B&B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광군제 유아용품 부문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보령메디앙스는 2013년 6월 중국 톈진에 현지법인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7월 상하이 사무소를 열었다.

박 대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유아전용 세제만 보면 B&B의 위상이 독보적이지만 다른 유아용품은 일본의 피존 등 다른 해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공략할 시장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령메디앙스는 B&B에 이어 지난달 젖병, 젖병꼭지 등을 만드는 브랜드 ‘유피스’의 유통을 중국에서 시작했다. 유아전용 화장품과 식품도 곧 중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아직은 온라인과 유아용품 전문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하지만 앞으로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 채널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국내 시장에도 여전히 성장 여력이 있다고 믿는다. 박 대표는 “태어나는 아이는 줄었지만 아이 1명에게 쓰는 비용은 증가했다”면서 “50, 60대가 손주를 위해 구매하는 선물 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령메디앙스는 아이의 신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제품 연구에 힘쓰고 있다. 젖병꼭지의 경우 과거에는 아이가 쉽게 우유를 먹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출생 후 시기별로 아이의 구강 발달을 돕고 두뇌 활동을 촉진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시장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한 과거 업체들을 봐 왔기에 박 대표는 멈출 여유가 없다. 그는 “한국 유아용품 업체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유아용품#박세권#보령메디앙스#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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