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OS 국산화’ 티맥스의 끝없는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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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연 회장
박대연 회장
임우선·산업부
임우선·산업부
‘괴짜 개발자의 허황된 도전일까? 아니면 국산 운영체제(OS) 개발을 향한 장인(匠人)의 집념일까.’

20일 티맥스오에스가 PC용 ‘토종’ OS인 ‘티맥스OS’를 공개했다. 티맥스오에스는 국산 소프트웨어개발사(史)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60)이 세운 회사다. 야간 상고 출신으로 은행 전산실에서 근무하다 30대에 뒤늦게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귀국해 티맥스소프트를 창업하고 KAIST 교수로도 일한 개발자다.

티맥스오에스의 존재 목적은 명확하다. 점유율 98%로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와 대적할 국산 OS 개발이다.

OS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OS는 모든 정보기술(IT) 기기 구동의 근간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의 집약체다. OS 개발사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로 한 국가가 근본적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할 정도다. PC 부문에서는 MS가, 모바일 부문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용자가 한번 OS를 결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후발 주자로서는 시장성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티맥스OS를 내놓은 것이다.

사실 박 회장이 PC용 OS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7년 전인 2009년에도 MS를 물리칠 토종 OS를 보여주겠다며 ‘티맥스윈도’라는 프로그램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발표 당일 시스템 오류로 시연이 중단돼 업계의 비웃음만 샀고 크게 참패했다. 이후 박 회장은 티맥스윈도 개발사인 티맥스코어를 삼성SDS에 팔아야 했다. 티맥스코어 관계사인 티맥스소프트도 2010년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PC용 OS 개발을 숙원 사업으로 여겨 온 박 회장의 꿈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부문에서 갖추고 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라클 등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전하며 3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그러자 박 회장은 지난해 다시 티맥스오에스를 창업해 PC용 OS 개발에 나섰다. 끊임없이 개발자를 채용해 180여 명의 개발팀을 꾸렸다. 국내엔 사실상 PC용 OS를 개발해 본 ‘경력’이 있는 개발자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신입사원들이었다고 한다.

티맥스OS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괜찮은지, 과연 시장에서 성공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조차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실제 티맥스OS는 이날 시연 도중 컴퓨터가 다운돼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 ‘2009년 흑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왔다. 하지만 제품의 완성도나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박 회장의 국산 OS를 향한 열정과 집념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국가도, 1등 기업도 하지 못한 도전을 실패를 이겨내고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건이다. 도전이 있어야 성공도 있다.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
#os#티맥스#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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