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 개선 노력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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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치료제

박성파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성파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신약 출시 소식은 의료진이나 환자들에게는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이다. 특히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았던 질환의 신약이라면 더욱 관심과 기대의 대상이 된다. 최근 등장한 뇌전증(간질) 치료제가 바로 그렇다. 뇌전증은 발생 원인이 불분명해 치료제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출시된 페람파넬 성분의 신약은 국내 의료진과 환자의 기대를 더 모으고 있다.

이 신약은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뇌의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에 직접 작용해 뇌전증의 발작 및 경련 증상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치료제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뇌전증 환자를 오랜 기간 진료해온 의사로서 참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뇌전증은 뇌신경의 손상이나 변형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 활동이 발생해 일시적인 이상행동이나 경련이 반복되는 만성 질환이다. 뇌전증 환자 대부분은 1년에 2, 3차례 발작한다. 발작 시간을 다 합쳐도 연간 20분이 채 안 된다. 약물 치료를 통해 발작을 억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이 다른 질환자에 비해 낮은 것은 질환 자체보다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더 많이 시달리는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이다.

증상이 발현되는 겉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뇌전증을 정신질환이나 유전병, 심지어 전염으로 오해한다. 편견의 골이 깊어 뇌전증 환자는 다른 질환이나 장애에 비해 취업율이 낮고 이혼율이 높다.

사기업뿐 아니라 정부기관과 학교에도 뇌전증 환자를 채용하지 않는다는 차별 조항이 존재한다. 다수의 뇌전증 환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인지 기능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다.

뇌전증 환자가 간혹 우울, 불안, 행동장애 등을 보일 때도 있지만 이는 질환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차별에 대한 반발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뇌전증 환자들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타인으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은 환자들 일수록 우울, 불안 및 행동장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약물 치료를 통하여 증상이 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차별과 편견 때문에 투약을 거부하고 상태가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뇌전증 환자는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질환을 타인에게 숨기는 경우가 많고, 아주 잠시라도 발작이 나타나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하게 될까 두려워 뇌전증 증세에 대한 큰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 이는 심각한 우울 증세로도 이어지는데, 우울증은 뇌전증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 수도 있다.

뇌전증 환자들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해서는 발전된 의학만큼이나 사람들의 인식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와전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과 올바른 약물 치료로 뇌전증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아픔이 모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파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첨단의학을 달린다#뇌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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