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폐경기女, 대표적 대상포진 고위험군… 항상 자각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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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대상포진은 환자 10명 중 3명이 50, 60대 여성이다. 따라서 폐경기 여성이라면 자신이 고위험군임을 인지하고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대상포진은 환자 10명 중 3명이 50, 60대 여성이다. 따라서 폐경기 여성이라면 자신이 고위험군임을 인지하고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최근 폐경을 맞은 주부 박은주 씨(52)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많아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안면 홍조와 두통, 수면장애 등의 증상으로 인해 조금만 움직여도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진다. 무슨 일을 해도 영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여성의 폐경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폐경기에 겪는 공포와 우울, 불안은 면역력 저하를 야기한다. 실제로 폐경기 여성은 고혈압, 뼈엉성증(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25%나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같은 폐경기 질환 중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바로 ‘통증의 왕’이라 불리는 ‘대상포진’이다. 환자 10명 중 3명이 50, 60대 여성일 정도로 폐경기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5060 여성 노리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고 난 뒤 신경에 남아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는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고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활동을 재개한다. 신경을 따라 급속도로 몸 곳곳에 퍼진 뒤 머리와 몸통, 어깨 등을 중심으로 띠 형태의 울긋불긋한 발진이나 수포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폐경기 여성은 대표적인 대상포진 고위험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대상포진 환자 약 67만 명 중 약 20만 명이 50, 60대의 여성 환자로 나타났다. 또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환자 수가 1.7배나 많았다. 증가율도 매우 빠르다. 2011년 약 14만 명이던 50, 60대 여성 환자는 2015년 약 19만 명으로 5년간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17% 증가한 20, 30대 여성에 비하면 2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폐경기 여성은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근육이 약해진다. 이에 관절통이나 근육통을 앓기 쉽다. 대상포진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통증을 유발하는데, 증상이 폐경기 여성이 흔히 호소하는 관절통과 비슷하다. 따라서 폐경기 여성이 대상포진에 걸렸을 경우 폐경기 관절통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실제로 대상포진을 단순한 관절통으로 오인해 약을 먹거나 파스를 붙이며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산통보다 더 아프고 심하면 실명까지


대상포진이 무서운 이유는 통증과 합병증에 있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은 흔히 산통(産痛)에 비유되곤 한다. 의학적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통증 22점으로 수술 후 통증(15점)과 산통(18점)보다 심하다.

대상포진의 대표적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환자의 15% 정도가 겪는다. 그런데 40세 미만에서는 발생하지 않지만 60세 이상에서는 7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신경통은 수면방해와 우울증, 만성피로 등을 유발해 폐경기 여성의 삶을 더욱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또 합병증이 생기면 가벼운 접촉에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생하면 각막염, 결막염과 같은 만성 재발성 안질환을 유발한다. 심하면 녹내장이나 실명까지 이어진다. 또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면 대상포진 발병 시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2시간 내 치료, 올바른 생활습관 중요


대상포진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다. 피부에 병변이 발생한 뒤 72시간 내 치료를 시작해야 끔찍한 통증과 후유증의 발생 빈도 및 강도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평소 대상포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가 욱신욱신한 통증과 함께 몸 한쪽에 띠 모양의 물집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 발병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다. 면역력 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영양가 있는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중년여성은 폐경, 갱년기로 인한 정서적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물론,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한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희정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심각한 통증과 후유증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무서운 질환”이라며 “중년여성은 자신이 대상포진 고위험군임을 항상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수술 경험이 있다면 대상포진 발병 및 후유증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므로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대상포진 예방과 관리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첨단의학을 달린다#크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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