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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에루페, 물거품 된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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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에루페, 물거품 된 코리안 드림

이승건기자 입력 2016-04-07 03:00수정 2016-04-0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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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특별귀화 재심의서도 추천 불가 결론
‘검은 황영조’는 허락되지 않았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의 한국 국적 취득이 좌절됐다.

6일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에 대해 재심의를 한 대한체육회는 특별귀화 추천을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대한체육회가 밝힌 추천 거부 이유는 에루페의 금지약물 복용 이력 때문이었다. 에루페는 2012년 말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1월 첫 심의에서 추천이 보류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에루페는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주장을 입증할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뤘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치료 목적으로 약을 쓰겠다고 신청할 수 있는 면책특권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도 고의성이 없었다면 이의 신청을 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며 에루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특별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13명이 귀화를 했다. 원 국적을 보면 대만 1명, 미국 4명, 캐나다 6명, 러시아 2명이다.

대한체육회가 에루페의 특별귀화에 대한 재심의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에루페 귀화를 통해 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을 개혁하려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은 2시간2분대에 접어들었지만 한국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에 멈춰 있다. 2011년 정진혁(한국전력)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뒤로는 10분대 기록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에루페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5분13초로 우승했다.

대한체육회는 “귀화하고 싶다면 특별귀화가 아닌 일반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지만 일반귀화를 하려면 국내에서 5년을 거주하고 필기시험도 거쳐야 해 케냐에서 훈련을 해온 에루페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루페의 귀화를 추진해 온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2012년 당시 에루페는 면책특권 제도를 몰랐다. 또한 케냐연맹에 치료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묵살당했다. 안타깝지만 에루페가 더는 귀화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돈순 육상연맹 사무국장은 “아쉽지만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마라톤 부흥을 위해 앞으로도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체육회가 표면적으로는 약물 전력을 내세웠지만 에루페가 흑인이고 마라톤이 개인 종목이라는 점이 귀화의 걸림돌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한 육상 관계자는 “도핑 의혹은 추가 자료에서 충분히 소명됐다고 본다. 징계도 마쳤고 실정법상 문제가 없는데 다시 이를 거론한 것은 애초부터 받아줄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정위는 10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에루페의 귀화 무산 소식에 많은 누리꾼은 “역시 순종주의를 깨지 못하네” “우리 선수들에게 자극도 주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에루페의 귀화가 좌절되면서 박태환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박태환은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을 때 에루페처럼 면책특권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을 때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박태환이 양성반응을 보인 시점은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만료 이후 3년 동안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이 만들어진 이후다.

한편 이날 에루페와 함께 심의 대상에 오른 여자농구 선수 첼시 리(27·KEB하나은행)는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할머니가 한국계로 알려진 첼시 리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에루페#특별귀화 불가#검은 황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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