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해자 日, 피해자 둔갑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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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美대통령으로 처음 ‘히로시마 평화공원’ 5월 방문 검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다음 달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의 히로시마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최초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관측이다.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인 일본의 피폭 지역을 찾는 것 자체가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임기 내내 ‘핵 없는 세상’을 추진해 왔던 오바마 대통령의 상징적인 행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10, 1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26, 27일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로시마평화공원은 매년 8월 6일(1945년 원폭 투하일) 원폭 희생자 추도 행사가 열리는 장소다.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과 반핵운동단체들은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연설 이후 그가 임기 중 히로시마를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일부 정치인은 임기 마지막 해에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 로비전을 펴 왔다.

히로시마는 한국과 일본 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미국과 일본 간에 역사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다. 양국은 공식 석상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법이 없었다. 아사히신문은 2011년 9월 사설에서 원폭 문제에 대해 “안보조약을 맺고 있는 미일 관계에 뿌리 깊게 박힌 ‘역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달려가는 중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은 아베 총리의 역사 해석을 공식 승인하고 팽창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과 일본이 한편이 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이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역사 해석을 놓고 갈등하는 한국의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어서 오바마 행정부가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오바마#일본#전쟁#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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