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경준, 넥슨 주식 함께 산 김상헌을 김정주에게 소개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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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원대 주식 대박’ 파문으로 사표를 낸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1기)이 2005년 넥슨 비상장주식을 함께 나눠 산 김상헌 네이버 대표(53)를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에게 소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김정주 대표가 승인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었는데도 넥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진 본부장과 김상헌 대표가 주식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김정주 대표와의 친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2005년 이전에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김정주 대표에게 서울대 법대 4년 선배인 김상헌 대표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당시 진 본부장은 김정주 대표 등 여럿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상헌 대표를 김정주 대표에게 소개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김상헌 대표는 당시 LG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진 본부장과 김상헌 대표는 부부끼리도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정주 대표가 김상헌 대표를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소개했고, 그 인연으로 김상헌 대표가 네이버로 이직했다는 것이다. 김상헌 대표는 판사로 근무하다 1996년 LG에 몸담았으며 2007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넥슨 주식은 김정주 대표가 “주식은 내부 직원들끼리만 거래하라”고 지시해 외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주식을 사고팔려면 대표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넥슨 초창기 멤버인 A 씨는 “2004년 8, 9월 회사를 나오면서 넥슨 주식 6.7%를 처분하려 했는데 김정주 대표가 자신에게 팔라고 해 주당 3만 원 이하에 팔았다”며 “일부 주식은 김정주 대표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나눠 줬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박모 씨(49)는 2005년 유명 외국계 컨설팅사에서 일하며 진 본부장과 김상헌 대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모 씨 등 3명과 함께 넥슨 주식 4만 주를 1만 주씩 나눠 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07∼2010년 김정주 대표가 소유한 위젯(현 엔엑스프로퍼티스)에서 감사를 지냈고 2009년 12월부터 넥슨과 공동 창업한 교육사업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넥슨과 가깝다.

넥슨 주식을 함께 산 박 씨와 진 본부장, 김상헌 대표는 모두 ‘서울대-하버드대’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진 본부장과 박 씨는 서울대 86학번 동기이고 김상헌 대표는 서울대 82학번이다. 박 씨는 하버드대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이고 진 본부장은 1998∼99년, 김상헌 대표는 1999∼2000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 보유자와 가까웠던 박 씨가 서울대-하버드대 출신 지인들에게 일반인은 사기 어려웠던 넥슨 주식의 공동 구매를 제안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 본부장과 주식을 함께 샀던 인물이 김상헌 대표라는 사실이 5일 밝혀지면서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구입한 경위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진 본부장은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의 소개로 친구들과 주식을 나눠 샀다’고 해명했지만 김 대표는 진 본부장보다 네 살이 많아 친구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 2005년 당시엔 LG에서 일하고 있어 넥슨과 별다른 연관도 없었다.

한편 박 씨가 2005년 당시 넥슨 주식 보유자에게서 매입을 권유받은 넥슨 주식 4만 주를 모두 사려면 18억여 원(주당 4만2500원에 거래)이 필요한데 혼자 사기엔 자금이 넉넉지 않아 진 본부장을 포함한 지인 3명에게 공동 구매를 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식 구매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박 씨는 2005년 6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을 담보로 2억 원가량을 대출받은 기록이 있다.

조동주 djc@donga.com·권오혁·임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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