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마의 벽 넘은 삼성 “中, 따라와 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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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나노급 D램 세계 첫 양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10나노급 8Gb D램.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10나노급 8Gb D램.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5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소 크기의 10나노급(18나노) 8Gb DDR4 D램 양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대한 투자를 시작한 중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가셨다는 얘기까지 했다.

○ 중국의 도발


최근 중국 반도체업계는 ‘한국 추격’을 선언하며 반도체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XMC는 최근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 240억 달러(약 27조6000억 원)를 들여 웨이퍼 월 2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15조 원이 투입돼 조성 중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또 다른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인 칭화유니그룹도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점점 커지는 메모리칩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300억 달러를 반도체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체 투자를 비롯해 인수합병(M&A)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칭화유니는 미국 마이크론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글로벌 3위 기업인 샌디스크도 간접 인수하려다 미국 조사당국과 주가 하락의 압박 때문에 불발됐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물량 공세를 벌이면서 제2의 ‘치킨게임’을 유도하고 있다”며 “과거 출혈 경쟁의 결과로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D램 시장에서 밀려났듯 한국 업체들에도 부담을 주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가 포토마스크를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메모리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가 포토마스크를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넘보지 못할 수준으로

이번에 삼성전자가 양산에 성공한 10나노급(18나노) 8Gb DDR4 D램은 단일 실리콘 원판(웨이퍼)에서 기존 20나노 D램보다 30% 이상 많은 1000개 이상의 칩을 생산할 수 있다. 18나노 공정이란 D램 반도체 칩 안에 있는 회로의 선폭이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라는 의미다. 나노 앞 숫자 단위가 낮아질수록 같은 크기의 생산라인에서 더 많은 양의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일정한 면적 위에 굵은 사인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얇은 볼펜으로 더 많은 글자를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전자는 10나노 제품에 ‘초고집적 설계 기술’과 ‘사중 포토 노광 기술’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 등 자체 개발한 3가지 혁신 기술을 적용했다. 초고집적 설계 기술을 통해 기존 20나노 제품보다 생산성과 동작 속도는 30% 이상 올렸다. 동작 상태에 따라 소비전력은 10∼20% 절감시켰다. 한 차례 포토 공정(웨이퍼 위에 전자 회로를 그리는 과정)으로 초미세 패턴을 4배 많이 형성하는 사중 포토 노광 기술을 업계 최초로 D램에 적용했다. 또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로 D램을 구성하는 수십억 개 셀이 오랫동안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확보했다.

2011년 9월 처음 20나노 후반대 D램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4년 반여 만에 10나노대 D램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90나노급 D램을 양산한 이래 매년 10나노 단위로 줄여오던 삼성전자가 10나노의 벽을 넘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그만큼 미세공정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등 후발업체들이 아무리 물량 공세를 벌이고 국내 업체들에서 인력을 빼가더라도 그리 쉽게 10나노급 아성을 넘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반도체#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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