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희망이 고통인 시대, 그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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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청년 실업 문제 주목… 일본 청년 공동체 문화와 유럽의 창업지원 등 해결책 탐구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은 갈수록 간절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은 갈수록 간절해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저성장 시대의 청년 문제는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한국의 ‘88만 원 세대’ ‘삼포 세대’처럼 유럽에서는 ‘1000유로 세대’(취업난에 시달리며 월 1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사는 젊은층)가, 일본에서는 ‘사토리 세대’(돈벌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청년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문제 되는 것을 일컬어 ‘실업 세대(generation jobless)’라는 조어도 나왔다.

청년 문제를 담은 해외 저작물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 출간됐다. 한 권은 이웃나라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가, 다른 한 권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 실업 전문가가 쓴 책이다.

희망 난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296쪽·1만7000원·민음사
희망 난민/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296쪽·1만7000원·민음사
‘희망 난민’은 제목부터 꽤 도발적이다. 책에서 말하는 희망 난민이란 “희망이 있어도 그걸 쉽게 이룰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진다’는 말로 젊은이들을 기만하기보단 “빨리 (희망을) 단념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로 국내에 알려진 저자의 데뷔작으로, 2010년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석사 과정 논문을 수정해 낸 책이다.

희망 난민의 사례로서 찾아낸 게 국제 시민단체 ‘피스 보트’(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세계일주 크루즈)라는 점은 흥미롭다. 100일간 실제 여행에 참가한 저자는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피스 보트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진 공동체 문화에 참가하는 것은 졸업, 취직, 결혼 등 ‘정해진 길’이 사라지는 후기 근대사회가 “끝없는 자기 찾기에 빠진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피스 보트 같은 새로운 공동체는 현대인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즉 ‘승인 욕구’를 채워 준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러한 공동체가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는 반박한다. 오히려 이런 ‘승인 공동체’는 “재분배의 문제를 덮어주며 좀처럼 정치 운동으로도 발전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피스 보트에 올라타 세계 평화 담론을 외쳤던 젊은이들은 여행을 마친 다음엔 전과 다를 바 없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승인 공동체만 있다면 “돈이 없어도 친구들과 나름대로 즐겁게 산다” 식의 결론은 다소 거칠게 마무리한 느낌이지만 과거 일본과 유사한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제도를 갖췄으나 최근 급격히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은 많다.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피터 보겔 지음·배충효 옮김/408쪽·2만 원·원더박스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피터 보겔 지음·배충효 옮김/408쪽·2만 원·원더박스
희망 난민이 피스 보트에 돋보기를 대고 청년 문제를 분석한 책이라면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는 제목대로 보고서적 성격이 강하다. ‘미래일자리포럼’의 파트너인 저자는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등에서 나온 다양한 통계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현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책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책은 전 세계적 청년 실업의 원인을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모두 살핀다. 청년 실업에는 지지부진한 경제 성장 못지않게 ‘니트족’ 같은 자발적 실업의 증가, 경직된 노동시장과 전 세계적 청년 인구 증가도 한몫했다. 더불어 좋은 일자리에만 구직자가 몰리는 현상, 기업이 원하는 인력과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인력 사이의 ‘숙련 불일치’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예상치 못한 분석 결과도 있다. 캐나다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자질로 창의성, 사업가적 기질, 요령, 전략적 계획 수립 능력, 유머 순으로 꼽혔다.

책 후반부에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세계 각국의 사례를 집중해 실었다. 창업을 하려는 청년과 실제 스타트업 회사를 매치시켜 주는 옥스퍼드대의 ‘엔턴십(Enternship)’ 프로그램이나 3년간 1만 명을 고용한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일자리 프로젝트 등 청년 고용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다수 통계에서 아시아 지역 데이터가 빠졌고 방대한 주제이다 보니 다소 겉핥기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저성장 시대#삼포 세대#1000유로 세대#희망 난민#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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