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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난 사람]새벽 2시에 자고 4시면 일어나… 그에겐 남들 3배의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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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만난 사람]새벽 2시에 자고 4시면 일어나… 그에겐 남들 3배의 시간이 있다

강유현기자 입력 2016-04-02 03:00수정 2016-04-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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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재벌가 맏사위 선두훈 인스텍 대표의 ‘별난 도전’
선두훈 인스텍 대표가 자사 금속 3차원(3D) 프린터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선 대표는 지난해 인스텍 대표로 취임해 영업 조직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훈의료재단 선병원 이사장인 선두훈 박사(59). 형제들과 병원을 경영하면서 외래 진료를 하고 정형외과 수술도 집도하는 현역 의사다. 선 박사는 2000년 창업한 인공관절 제조회사 코렌텍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코렌텍이 2014년 인수한 금속 3차원(3D) 프린팅 회사 인스텍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선 박사가 수련의 시절부터 약 35년 동안 ‘사부’로 모셔온 김용식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은 선 박사가 남들보다 3배의 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 박사는 새벽 2시에 자고 4시면 일어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 첫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출근한다”며 “때로 3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에 혼자 스테이크를 구워 먹고 출근할 정도로 에너지가 보통 사람 3배는 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맡고 있는 다양한 직책으로도 유명하지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맏사위이자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남편이어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는 인물이다. 최근엔 아들인 동욱 씨(28)가 15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딸 수연 씨(26)와 결혼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선병원 이사장의 새로운 도전, 3D 프린터

‘에너자이저’ 선 박사를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 신성로 인스텍 사무실에서 만났다. 굳이 선병원이 아닌 인스텍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것은 그를 인스텍 대표 자격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인스텍이 지난달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럽의 유력 전자업체에 금속 3D 프린터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 계기였다. 금속 3D 프린터는 금형이나 기계 부품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플라스틱 프린터보다 크고 정밀성이 요구되는 이 제품은 국내에서는 인스텍이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했다.

인스텍은 1999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사내 벤처로 출발해 2001년 독립했다. 선 박사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코렌텍이 2014년 이 회사 지분 35.7%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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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박사는 “코렌텍과 인스텍이 협업한 지 10년이 됐다”며 “이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인공관절 표면처리에 적용할 3D 프린팅 기술을 제대로 함께 개발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점차 금속 3D 프린팅의 사업 영역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텍은 고출력 레이저 빔을 이용해 녹인 금속 분말을 쌓아올리면서 제품을 만드는 ‘다이렉트 에너지 디포지션(DED)’ 방식을 사용한다. DED 방식은 유럽 회사들이 주로 쓰는 ‘파우더 퓨전 베드(금속 분말을 모양에 따라 굳히는 방식)’에 비해 강도가 세고 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여러 가지 금속을 섞어 사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금형이나 항공 부품, 군수장비 부품 등 내구성이 중요한 산업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 박사는 “인공관절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가 뼈가 잘 달라붙어 자라나도록 관절 표면을 처리하는 것”이라며 “코렌텍은 인스텍과 함께 2012년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관절 표면을 처리해 효과가 좋으면서도 생산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이 없을 때 코렌텍은 ‘플라스마 스프레이’라는 방식을 보유한 유럽업체에 가서 인공관절 코팅을 해왔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뒤 코팅 비용은 240달러에서 약 5분의 1로 줄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바이어들에게 직접 기술 설명

선 박사는 인스텍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영업조직부터 강화했다. 그는 평소 바이어들을 만나 직접 기술을 설명한다.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인스텍은 엔지니어 10여 명으로 구성된 연구소 조직이었습니다. 회사로서의 기능은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엔지니어와 영업 인력, 관리 인력을 보강해 직원을 24명으로 늘렸습니다. 지난해는 매출이 10억 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50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
“전문성 있는 사람이 일 맡아야” 현대차그룹에선 직책 맡지 않아

코렌텍 창업
전량 수입하던 인공관절 직접 개발, 도산 위기 넘기고 흑자 회사로

인스텍 인수
미래 바꿀 금속 3D프린터에 주력… 국내 기업 처음으로 유럽 수출계약

정형외과 수술 집도
대전선병원 이사장 맡아 외래진료 “선친이 이뤄낸 가업 소홀히 못해”



인스텍은 국내 가전업체와 방산업체 등에 금형을 납품한다. 지난해 일본에 프린터 장비를 수출했고 현재 독일, 미국 업체 등과 수출을 협의 중이다.

선 박사는 “가로 1m가 넘는 대형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미국 옵토맥과 인스텍뿐”이라며 “특히 인스텍은 가로가 2m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세계 최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동차 부품용 금형은 1000도의 쇳덩이를 내려찍을 수 있을 정도의 고강도 소재여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금속을 깎아서 만드는 금형은 최대 6만 타를 때리면 뭉개지지만, 우리 3D 프린팅으로 만든 금형은 15만 타까지 가능하다”고 기술력을 강조했다.

인스텍은 또 지난해 12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공급사로 등록했다. 올 초 1차 시제품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선 박사는 “여러 제품의 테스트를 끝까지 통과해 연내 납품에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최근에는 독일 자동차 업체 한 곳에서 공동개발 의사를 타진해 와 초기 협의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인스텍의 기술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슬로바키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딜러들이 잇따라 본사를 방문하고 있다.

세계 금속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5억 달러 수준이다. 2020년엔 22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 미래 공장의 풍경도 바뀔 겁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방식인 주조(틀에 녹인 쇳물을 붓는 방식) 라인이 없어지고, 3D 프린터로 공장을 채울 수 있는 것이지요. 개념상으로는 비행기 형틀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간 재료를 깎아 만드는 데 몇 t의 재료와 2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100∼200kg의 재료로 45일 만에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공장이 아산방조제만큼은 커야겠죠.”

의사에서 의료벤처 창업가로 변신

선 박사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를 하던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공관절은 전량 수입했다. 이에 선 박사와 김용식 교수는 아예 회사를 차려 인공관절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이것이 코렌텍의 시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데스밸리’(신생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맞닥뜨리는 첫 번째 도산 위기)가 찾아왔다.

“처음 인공관절을 개발하려고 할 때 한 대기업이 선뜻 공장을 내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큰 자금이 필요없었죠. 그러나 문제는 몇 년 뒤 생겼습니다. 2004년 시제품을 생산하려고 보니 그 기업이 판매도 직접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우리도 판매를 직접 하길 원했기 때문에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었죠.”

그때부터 선 박사는 투자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안 가본 창업투자회사, 벤처캐피털이 없었다”며 “직원들은 밤에 잠 안 자고 개발하고 또 제품을 팔러 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어디 가서 돈 달란 소리는 잘한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고비를 넘긴 코렌텍은 2012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엔 가톨릭대 정형외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미국 고관절학회로부터 최고논문상(Otto Aufranc Award)을 수상했다. 인공관절용 재료를 티타늄에서 스테인리스강으로 대체해 비용을 낮추면서, 표면에 티타늄 산화층을 입혀 뼈 속 결합력을 높인 표면 처리 기술을 인정받았다.

선 박사는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세계 인공관절 시장 규모는 약 15조 원, 국내시장 규모는 2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은 매년 꾸준히 4∼5%씩 성장한다. 선 박사는 “미국이 세계 인공관절 시장의 52%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올해와 내년에 미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렌텍은 올해 인공슬관절과 고관절의 재수술용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05년 전환사채 발행 시 80억 원을 투자해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현대위아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다. 선 박사는 “현대위아가 공작기계업체인 만큼 3D 프린팅에 관심이 많다”며 “코렌텍과 인스텍이 현대위아에 접목할 수 있는 장비와 사업 솔루션을 함께 판매할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많은 도움 받았다”

대전 유성구 신성로 인스텍 본사에서 선두훈 인스텍 대표가 자사 금속 3차원(3D) 프린터를 선보이고 있다. 인스텍의 기술은 고출력 레이저빔으로 금속 분말을 쌓아올리는 방식이라 강도가 우수하고 크기가 큰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금형, 기계 부품 등에 사용된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대차그룹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달리 선 박사는 현대차그룹의 어느 직책도 맡지 않고 있다. 선 박사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정 부회장은 원래 경영을 하신 분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사업과 연관성이 있고, 나는 원래 의사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와 동떨어진 일(전문성이 없는 일)을 사위라고 해서 맡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의사로 일하다 코렌텍을 창업한 것이고, 인공관절 코팅 기술을 찾다 인스텍을 인수한 것처럼 연관이 있는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터에 병원을 지어 선병원이 서울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온다. 이런 추측에 대해 그는 “대전선병원을 잘 발전시키는 것도 벅찬 일이라 다른 지역에 진출하는 일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며 “대전선병원은 선친이 이뤄 내신 중요한 가업인 만큼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가쪽 이야기가 나오자 선 박사가 말을 아꼈다. 선 박사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런 배경 덕분에 남들이라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었고, 어려울 때 현대위아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과 언제든 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수관계인이라고 해서 현대차가 우리 제품을 써 주는 것도 아니고, 남들 눈을 의식해서 제가 현대차를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이 뭘 가립니까. 우리가 잘 만들면 고객이 사 주는 것이지요. 우리는 일방적으로 주문만 받는 게 아니라 초기 개발 단계부터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고객의 수요를 맞춰야지요.”

부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경영 행보를 물었다. 이에 대해 선 박사는 “부부지만 ‘일 영역’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며 “직함이 고문(顧問)이니 직원들을 고문(拷問)하기도 하고, 회사를 지원하기도 하는 일들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최근 아들 동욱 씨의 혼사를 앞둔 소감도 물었다. 선 박사는 “요즘 다들 늦게 결혼하는 세태인데, 용감하게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매우 기쁘다”며 “아들이 결혼을 하면 책임감 있게 잘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장인인 정몽구 회장에 대해서는 “큰일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제가 일을 할 때 (장인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밖에 모르는 분이고, 아주 건강하시다”라고 덧붙였다.
 
대전=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영훈의료재단#선두훈 박사#인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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