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인 누드까지 등장… 美대선 ‘막장 경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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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지지세력, 선거광고에 사용… 트럼프 “크루즈 부인 비밀 폭로” 발끈
공화당원 60%, 중재전당대회 반대… “과반 안 돼도 1위가 대선후보 돼야”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모델 시절 찍었던 세미 누드를 이용한 온라인 광고. 사진 위아래에 멜라니아가 대통령 부인이 되는 게 싫으면 테드 크루즈를 지지해 달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사진 출처 테드 크루즈 지원단체 ‘메이크 아메리카 오섬’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모델 시절 찍었던 세미 누드를 이용한 온라인 광고. 사진 위아래에 멜라니아가 대통령 부인이 되는 게 싫으면 테드 크루즈를 지지해 달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사진 출처 테드 크루즈 지원단체 ‘메이크 아메리카 오섬’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0)와 그를 맹추격 중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의 싸움이 부인들까지 얽혀 들며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크루즈 측이 제공했다. 크루즈를 지지하는 반(反)트럼프 성향의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조직)인 ‘메이크 아메리카 오섬(Make America Awesome)’이 22일 유타 주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46)가 패션모델 시절 찍었던 세미누드 사진을 온라인 선거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2000년 영국 남성 잡지 ‘G.Q.’에 실렸던 사진으로 선거 광고 위아래엔 “차기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보라. (그가 대통령 부인이 되는 게) 싫다면 화요일 (유타 경선에서) 크루즈를 지지하면 된다”는 문구가 큼직하게 적혀 있다.

정치 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에 반대하는 슈퍼팩이 유타 주의 보수적인 모르몬교 유권자들을 겨냥해 멜라니아의 누드 사진을 광고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크루즈는 유타 경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트럼프를 제쳤다.

트럼프는 발끈했다. 그는 경선 후 트위터에서 “수준 낮은 선거 광고”라며 “거짓말쟁이 크루즈는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 부인의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즈의 부인 하이디(44)의 어떤 비밀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크루즈는 2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사진을 이용한 선거 광고는 부적절했다. 하지만 이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이 광고를 내건 조직이 자신을 지지하지만 슈퍼팩 특성상 운영과 광고 집행은 자신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유타 경선에서 져서 화풀이로 내 아내에게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슬람국가(IS)의 벨기에 테러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면서 전매특허인 협박, 모욕, 개인 신상 공격에 매달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멜라니아는 아직까지 이번 논란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1999년 패션쇼에서 24세 연상인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만나 동거하다 2005년 결혼했다. 트럼프는 세 번째, 멜라니아는 초혼이었다. 남편의 유세장에는 자주 등장해 화려한 외모로 분위기를 띄우지만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탓인지 발언은 꺼리는 편이다. 지난달에는 MSNBC방송과 남편의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인터뷰를 하고 “남편을 일상생활에서 보아왔는데 그는 여자를 남자와 동등하게 대해 왔다”고 주장하며 여성 비하 발언으로 욕먹는 남편을 옹호했다.

한편 다수의 공화당원은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공화당 지도부가 계획 중인 중재 전당대회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ORC가 23일 공동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원 10명 중 6명은 경선에서 대의원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1위도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을 얻지 못하더라도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되는 게 옳다는 것으로 공화당 여론이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대선#트럼프#누드#막장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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